시민모임 간부들이 고교입시 평준화 도입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평준화의 혜택을 주고 싶어요!”
경기 의정부시 가능동 주부 김필순씨(41)는 중학 1학년생인 딸아이가 고교에 진학할 때쯤 평준화제도가 도입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지난해 말 성남 고양 부천 안양시 등 경기도내 다른 도시에 평준화 도입 방침이 결정됐지만 그 밖의 지역에 대해서는 교육당국에서 관심을 갖고 있지 않는 것 같아 그는 걱정이다.
김씨와 같은 희망을 갖고 있는 학부모들과 시민단체들이 평준화 도입에 발벗고 나서 ‘의정부 고교입시 평준화를 위한 시민모임’을 결성,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평준화 도입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전교조와 의정부 YMCA 등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어머니 독서회, 극단 ‘허리’, 여고동창회까지 모두 14개 단체가 합류한 이 모임은 4월 창립총회를 연 이후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사랑방 좌담회를 개최하면서 서명운동을 전개해왔다. 앞으로는 설문조사와 공청회도 열 계획이다. 현재 1만여명의 서명을 받았고 3만명을 채워 도교육청에 제출하면서 교육감 면담도 요구할 예정이다.
의정부 지역은 현재 11개 중학교에 1만4961명, 10개 고등학교에 1만2722명이 각각 재학 중이다. 이 중 인문계고교가 7개다.
매년 고교입시 경쟁률이 1 대 1을 조금 웃도는 수준. 하지만 비평준화지역이다 보니 이 지역 명문으로 꼽히는 의정부고, 의정부여고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이 대단히 치열하다.
최근 서울에서 많은 인구가 유입되는 장암지구나 금오, 송산 지구 등에는 자녀를 전학시키지 않고 서울로 통학하게 하는 주민들도 적지 않다. 지난달 서울 상계동에서 장암동으로 이주한 김모씨(42)는 “중학 2학년생인 아들이 성적은 상위권이지만 의정부로 학교를 옮겨 명문고에 지원했다가 떨어지게 되면 충격을 받게 될 것 같아 아예 전학을 시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의정부 지역의 명문고에는 의정부시뿐만 아니라 인근의 동두천, 양주 등 다른 시 군에서도 우수한 학생들이 몰려들고 있어 이들에 대한 대책이 없다면 평준화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이다. 하향평준화가 된다는 우려나 고양 성남시 등 지난해 평준화가 도입된 지역과는 달리 의정부시는 아직 농촌지역도 남아 있어 평준화가 도입되면 통학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될 것이란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의정부고등학교 총동문회 김상오 회장(43)은 “우수학생을 위한 대안으로 특목고 설립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럴 바에는 현행제도를 유지하며 명문고를 육성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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