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이 인터넷을 통해 이용할 수 있도록 지난해까지만 130억원이 투입된 국회 전자도서관이 저작권 때문에 ‘안방 도서관’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올 9월 국회에 상정되는 저작권법 개정안에 따르면 저자의 동의를 받지 못한 자료는 외부로 전송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문화관광부는 도서관 간 디지털 자료 전송을 허용한 현행 규정을 개정해 저자의 동의가 없으면 디지털화된 도서 등은 해당 도서관 내에서만 열람하도록 제한한 저작권법 개정안 입법예고를 지난주 마쳤다.
▽무용지물 전자도서관〓국회 도서관은 98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보화근로사업 예산 130억원을 투입해 1945년 이후 사회과학 분야 석박사 학위논문과 학술지 등 2500만 쪽 분량의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했다.
문서 한 쪽에 250원 정도 들여 구축한 DB의 3분의 2 가량이 저작권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상태다. 국회 도서관은 현재 인터넷에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협약을 체결한 120여개 대학 도서관에만 전송하는 ‘반쪽’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반쪽 서비스마저 힘들게 된다. 디지털화된 DB는 저작자의 동의 없이는 아예 국회 밖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십만명에 이르는 저작권자 동의를 일일이 받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회 도서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디지털화된 자료의‘저작물 이용 허락 동의서’를 받고 있지만 지난해 불과 129명만이 학위논문 이용 허락에 동의했다.
▽저작권 논란〓이같은 어처구니없는 일은 국회 도서관이 전자도서관을 구축하면서 소장된 자료를 저작자의 허락 없이 복제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지난해 서울대 도서관은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서울대 석박사 학위 논문을 국회 도서관이 디지털화한 데 반발해 국회 도서관에 학위논문 납본을 거부하다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기도 했다.
서울대 이석호(李錫浩) 도서관장은 “국회가 저작자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자료를 디지털화한 것은 디지털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여서 학위논문 납본을 거부했다”면서 “정보 생산지인 해당 도서관이 저작자의 동의를 얻어 자료를 DB화하고 한 곳에서 이를 검색할 수 있는 통합검색체계를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회 도서관 박영희(朴英熙) 입법전자정보실장은 “열악한 국내 현실을 감안하면 국회가 앞장서 학위논문 등을 디지털화해 제공하는 것이 우리 현실에 더 적합하다”면서 “전자도서관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안을 고치거나 저자로부터 자유로운 이용을 보장하는 서명을 받겠다”고 말했다.
▽콘텐츠 유료화〓그러나 저작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디지털화된 학위논문을 이용하는 사람에게 일정액의 저작권료가 부과되기 때문에 저자들이 국회 도서관의 요청대로 자료의 무료 이용에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문화관광부는 전자도서관 구축을 활성화하기 위해 저작물 사용료율 체계와 저작권자 동의서 표준양식 등을 마련하고 있다.
문화관광부 임원선(林元善) 저작권과장은 “디지털 저작권 보호는 세계적인 추세”라면서 “저작권 보호를 강화하고 공정한 정보유통 환경을 조성한다면 전자도서관 구축이 오히려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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