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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문화도 월드컵시대]대중교통수단 사고 실태

입력 | 2001-06-25 18:30:00


지난달 14일 낮 12시반경 강원 고성군 미시령 정상 부근에서 승객 34명을 태우고 속초로 향하던 관광버스가 오른쪽 비탈길을 넘어 계곡 20m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해 2월 17일에는 동국대생 46명을 태우고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하기 위해 속초로 가던 관광버스가 역시 미시령 정상 부근에서 옆으로 쓰러졌다.

같은 장소에서 일어났지만 올해 사고에서는 한 명도 숨지지 않고 14명만 다치는데 그쳤다. 이에 반해 지난해 사고에서는 7명이 숨지고 39명이 다쳤다.

비슷한 유형의 사고인데 왜 이처럼 인명피해에서 큰 차이가 발생했을까. 대답은 간단하다. 승객이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느냐, 아니냐는 차이였다.

필자가 직접 현장 조사를 한 결과 지난해 사고는 언덕 밑으로 버스가 굴러 떨어진 것이 아니라 도로옆 콘크리트 방호벽에 부딪힌 후 옆으로 쓰러져 도로 위를 20여m 미끌어졌을 뿐이었다.

그러나 버스가 옆으로 쓰러지는 순간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학생들이 버스 바닥으로 떨어졌고 버스가 도로 위를 미끌어지는 동안 학생들이 깔리면서 피해가 커졌다.

택시 교통사고 사망자

월별

1월

2월

3월

4월

5월

합계

2000년

25

17

35

33

26

136

2001년

29

23

26

24

16

118

증감

+4

+6

-9

-9

-10

-18 (-13.2%)

버스 교통사고 사망자

월별

1월

2월

3월

4월

5월

합계

2000년

38

35

33

33

44

183

2001년

29

29

18

26

33

135

증감

-9

-6

-15

-7

-11

-48 (-26.2%)

사고 유형만 보면 오히려 계곡으로 굴러 떨어진 올해 사고에서 사망자가 더 많이 생길 것 같지만 안전벨트를 맨 덕분에 피해가 적었다.

위의 두 사례에서 알 수 있 듯 올해 안전벨트 착용율이 98%로 높아지면서 사망자가 가장 크게 줄어든 차종이 바로 버스다.

버스는 차체가 크고 튼튼하므로 승객이 안전벨트를 매면 웬만한 교통사고에서는 숨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사업용 버스 3만9904대가 가입한 전국버스공제조합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달 말 현재 공제조합 가입버스의 교통사고로 총 135명이 숨졌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사망자수 183명에 비하면 48명(26.2%)이 줄어든 것이다.

택시도 비슷하다. 택시 8만7198대가 가입한 택시공제조합은 올들어 지난달 말 현재 택시 교통사고로 총 118명이 숨져 지난해 같은 기간(136명 사망)보다 18명(13.2%) 감소했다고 밝혔다.

버스와 택시의 운전사 및 승객이 모두 안전벨트를 매고 다니게 된 것은 우리나라의 교통안전 역사상 커다란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버스와 택시의 교통사고 사망자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해도 사업용 차량의 교통사고율은 일반 차량보다 높은 편이다.

자동차 만대당 교통사고 사망자수를 비교하면 자가용은 6.4명인 반면 사업용은 24.3명으로 4배 정도 많다.

이는 사업용 차량의 경우 하루 주행거리가 버스는 자가용보다 3배, 택시는 자가용에 비해 4배 정도 많기 때문.

그러나 사업용 차량 운전사는 자가용 운전자에 비해 ‘프로’라고 할 수 있는데도 사고율이 높다면 곤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업용 차량의 사고율은 외국과 비교해도 높다. 일본의 경우 사업용 차량 만대당 사망자수는 6.2명. 우리는 24.3명이다.

사고율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 자가용 차량의 사고율이 일본의 영업용 차량의 사고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버스와 택시는 한 나라의 대중교통의 중심으로 내년 월드컵 때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이 가장 많이 이용하게 된다.

올들어 감소하기 시작한 버스와 택시의 교통사고율이 월드컵 이후까지 계속돼 우리나라의 교통사고가 본격적으로 줄어드는 계기가 되어야 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버스와 택시를 이용하는 승객이 모두 안전벨트를 매야겠지만 업체 역시 운전사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근무여건을 개선해 난폭운전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

필자가 영국을 방문했을 때 런던 센터웨스트 버스회사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과거 5년 이내에 법규위반으로 운전면허가 정지된 적이 있는 사람은 채용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일단 채용된 운전사는 사고를 내지 않고 경력이 높아질수록 충분한 급료와 연금으로 노후를 완전하게 보장해 줍니다. 안전하고 편안한 대중교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승용차 교통량을 줄여 교통혼잡을 완화하는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설 재 훈(교통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국무총리실 안전관리개선기획단 전문위원)

▽자문위원단〓내남정(대한손해보험협회 상무) 설재훈(교통개발연구원 연구위원·국무총리실 안전관리개선기획단 전문위원) 이순철(충북대 교수) 임평남(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소장)

▽특별취재팀〓최성진차장(이슈부 환경복지팀장) 송상근( 〃·환경복지팀) 구자룡(경제부) 서정보(문화부) 이종훈(국제부) 송진흡 남경현(이슈부 메트로팀) 신석호 최호원기자(사회부)

▽손해보험협회 회원사(자동차보험 취급 보험사)〓동양화재 신동아화재 대한화재 국제화재 쌍용화재 제일화재 리젠트화재 삼성화재 현대해상 LG화재 동부화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