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원들이 구청 간부들과 가진 회식 장소에서 여성 보건소장에게 “술을 따라라”고 강요하고 일반 개인병원에 찾아가 임대 계약서를 내놓으라고 호통을 쳐 물의를 빚고 있다.
유남열 영등포구 의회 운영위원장은 21일 관내 모 음식점에서 가진 ‘신임 구의회 의장 선출 기념 회식’에서 의사인 최병찬 보건소장(여·40)에게 자신에게 술을 따를 것을 4, 5차례 강권해 최 소장이 회식 장소를 뛰쳐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최 소장은 25일 “유 위원장이 다른 국장들은 술을 따르는데 보건소장은 왜 따르지 않느냐며 술을 따를 것을 여러 차례 요구해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며 “여성부 등에 진정을 해 유 위원장의 성차별적 행동과 행패를 바로 잡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유 위원장은 “최 소장에게 술을 따르라고 강요한 적이 전혀 없으며 술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취중에라도 그런 실수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자리에 참석한 구청 간부들은 익명을 전제로 유 위원장이 최 소장에게 여러 번 술을 따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구청 관계자는 “성격이 활달한 전임 여성 보건소장이 구 의회 간부들과 스스럼없이 술잔을 교환했기 때문에 유 위원장이 아무 생각 없이 술을 따르라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구 의원들의 횡포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영등포구 의회 손영상 의원은 22일 오후 관내 개인병원인 서울복지병원에 찾아가 김용대 원장(38)에게 임대 계약금이 얼마이며 부채가 얼마인지 등 직무와 관계없는 질문을 하며 2시간여 동안 머물렀다.
보건소 직원과 함께 이 병원을 찾아온 손 의원은 김 원장에게 “어디서 돈이 나서 병원을 차렸느냐”는 등의 질문을 하며 25일 열리는 구의회 행정감사에 출석하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김 원장은 “구청으로부터 예산 지원도 받지 않는 개인병원에 구 의원이 사전 통보도 없이 와서 취조하듯이 질문을 던지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손 의원을 직권 남용 및 영업 방해 혐의로 고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손 의원은 “서울복지병원이 구청 예산을 지원 받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들렀다”며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하자”며 즉답을 회피했다.
구청 관계자는 “구 조례상 구청에 지도 감독 권한이 있는 관내 병원이나 식당 등에 대해 구 의원들이 현장 조사를 할 수는 있다”며 “그러나 이 경우 구 의회 의장과 구청을 경유해 조사 3일 전에 통보해야 하고 조사 범위도 구민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일로 한정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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