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는 문제야. 만드는 영화마다 황당무계해.”
‘스워드피시’는 이렇게 할리우드 영화를 비판하는 존 트래볼터의 대사로 시작된다. 도미니크 세나 감독은 다시 그의 입을 빌어 이 영화의 ‘황당무계한 결말’을 역설적으로 알려준다.
“관객들은 늘 ‘도덕적 결말’을 원하지. 해피엔딩이 아니면 흥행이 안돼.”
‘스워드피시’는 선과 악을 구분이 모호하게 섞어놓은 액션 영화다. 주인공 스탠(휴 잭맨)은 CIA의 컴퓨터시스템을 해킹한 죄로 옥살이를 했던 세계 최고의 해커. 석방 후 컴퓨터에 손을 대면 안된다는 법원의 명령에 따라 막노동을 하며 살아간다. 그의 유일한 목표는 이혼한 아내에게서 어린 딸을 데려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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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그는 자신을 찾아온 미모의 흑인 여성 진저(할 베리)를 통해 가브리엘(존 트래볼터)을 만난다. 가브리엘은 평화로운 미국을 만들기 위해 ‘테러리스트에 대한 테러’를 저지르려는 과격 자유수호단체 일원. 그는 테러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미 정부의 불법 비자금 프로그램인 ‘스워드피시’를 해킹해 돈을 빼돌리려고 한다. 스탠은 딸을 되찾을 거액의 소송비용을 대가로 이 일을 떠맡는다.
결국 ‘착한’ 주인공과 ‘나쁜’ 악당은 둘 다 ‘목표’(딸/미국의 평화)를 위해 ‘수단’(불법 해킹/테러)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서로 닮은 셈이다.
이 영화의 압권은 초반 2분. 가브리엘과 경찰이 대치하던 중 폭발물이 터지는 장면이다. 영화 ‘매트릭스’를 본뜬 듯한 이 장면은 시간이 멈춘 것처럼 정지된 폭발 순간의 모습을 180도 회전하며 보여준다. 이를 위해 125대의 카메라와 135대의 스틸 카메라를 동원됐다.
이 장면을 기점으로 영화는 다시 나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영화의 결정적인 흠은 플롯이 약하다는 점. 이 때문에 ‘머리’로 영화를 보는 관객이라면 초반 2분을 지나 나머지 97분의 내용이 ‘황당무계’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내용을 따지지 않는다면 볼거리는 많다. 특히 인질을 태운 버스가 헬기에 매달려 LA시내를 휘젓고 다니는 후반부 장면은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을 만하다. 불분명한 캐릭터 때문에 영화 내내 역할이 어정쩡했던 할 베리의 상반신 누드도 나온다. (할 베리는 그 한 장면의 댓가로 개런티 외에 50만 달러를 따로 받았다.)
그러나 주인공 스탠이 머리에 총이 겨눠진 채 강제로 금발 미녀의 오랄 섹스를 받으면서 60초안에 프로그램을 해킹하는 장면은 점점 더 자극적이 돼 가는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 것 같아 혀를 차게 만든다. 다음달 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