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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윤득헌/바람의 아들

입력 | 2001-06-25 19:26:00


“이종범에게 정말 필요했던 것은 ‘일본식 로마법’에 익숙해지는 것이었다.” 국내에서 숱한 기록을 갈아치우며 ‘바람의 아들’이란 이름도 얻은 그의 일본야구 도중하차를 한 칼럼니스트는 그렇게 아쉬워했다. 야구천재 이종범은 물론 98년 오른쪽 팔꿈치 골절파열 후유증이 컸지만 기능보다 주위와의 환경싸움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문화와 생활습관 적응이나 의사소통에도 미흡해 결국 일본야구에 대한 연구와 분석에도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칼럼니스트는 상반된 예로 미국야구계를 강타하고 있는 일본의 야구천재 스즈키 이치로를 들었다. 이종범이 귀국한 이틀 뒤인 22일 미국 아메리칸리그 타격 1위에 오른 이치로의 성공은 ‘미국식 로마법’을 따른 데 기인한다는 것이다. 체력훈련을 잘 하지 않기로 유명한 이치로는 미국 진출이 가시화된 지난 가을부터 이미 미국식 몸 만들기에 들어갔고, 식생활 습관도 바꾸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이치로가 경기종료 후 동료선수들과 독특한 제스처로 어울리려 노력한 것도 성공의 한 요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이종범의 일본야구 ‘실패’에는 다른 이유도 있을 것이다. “투수출신 감독의 스타일이 나와 맞지 않았다”는 이종범의 귀국 일성에서도 그것은 감지된다. 완곡하긴 했지만 거침없이 치고 달리는 자신의 특기가 ‘작전’의 이름으로 제약받았다는 말이다. 투수가 공을 던질 때마다 감독의 지시를 받았고, 도루도 늘 지시를 받았으며, 타격감각이 좋을 때도 의사대로 방망이를 휘두르지 못했다는 뜻이다. 실제 그는 외국인타자 중 최다희생타를 기록하기도 했다.

▷작전이 수시로 요구되는 게 야구다. 그래서 감독의 작전에 대해 왈가왈부해서는 안된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작전을 남발하는 감독은 분명 선수의 경기 능력과 경기외적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 또 그런 감독의 야구는 재미도 떨어지는 편이다. 최근 국세청과 공정거래위는 언론사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를 펴 엄청난 액수의 추징금과 과징금을 매겼다. 이 ‘작전’의 뒤에도 ‘감독’이 있지 않겠느냐는 물음이 많은데 과연 어떤 감독이 어떤 사인을 보내고 있는지 궁금할 뿐이다.

dh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