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3월의 가상 상황이다. 서울에 사는 주부 이서영씨(35·가명)는 한달 전부터 집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인텔과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의 주식을 거래하고 있다. 2001년까지는 대형 반도체 주식에 관심을 쏟았지만 국내 반도체 주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나스닥 종목까지 거래하면서 투자위험도 줄이고 국내 주식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도 더 많이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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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만 클릭하면 인텔 주식의 그래프를 시기별로 분석해 볼 수 있고 적절한 매매타이밍도 조언 받을 수 있다. 이씨가 나스닥 종목에까지 손댈 수 있게 된 것은 평소 사용하던 대신증권 ‘사이보스2002’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나스닥 종목 거래기능이 추가됐기 때문. 이 시스템에는 미국의 증권관련 주요사이트와도 링크돼 있어 곧바로 투자정보를 서핑할 수도 있다. 물론 이씨의 아파트에는 초고속통신망이 설치돼 있어 거래도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 글 싣는 순서▼
1. 일대일(1:1) 마케팅
2. e풀필먼트
3. 사이버금융
4. 지식경영
5. e엔터테인먼트
6. 한국의 실리콘 밸리
7. e정부
8. 정보가전
▽‘한국 최고면 세계 최고’〓국내 증권사의 사이버트레이딩시스템은 이미 세계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자본시장이 발달한 미국과 일본 유럽 등에서도 국내 증권사들의 홈트레이딩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방한 러시를 이룰 정도로 국내 증권사의 온라인트레이딩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한국 최고이면 세계 최고’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것이다. 그 결과 온라인트레이딩 전문가로는 처음으로 대신증권 정보기술(IT) 본부장 문홍집 전무가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 최근호(7월2일자)에서 ‘스타 오브 아시아’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런 덕분에 최근에는 증권사간 ‘약정 늘리기 전쟁’도 일반 영업점보다는 사이버 상에서 더욱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증권사들은 전체 주식투자자의 40%에 이르는 온라인트레이더들을 사로잡기 위해 시스템 트레이딩을 기본으로 종목별로 수익률을 높이는 프로그램까지 개발해 서비스 중이다. 지난달 ‘ifLG Trading’이라는 업그레이드 버전을 출시하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펴고 있는 LG투자증권은 한달 사이 온라인트레이딩 시장에서 점유율을 7.2%까지 끌어올리며 전체 약정규모에서도 1위로 뛰어올랐다.
LG투자증권 서경석 사장은 “최근 고객들의 요구가 시스템트레이딩에 집중되면서 홈트레이딩을 통해 투자자에게 매매타이밍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됐다”며 “뉴스 검색에서부터 차트주문, 조건지정지문, 금액주문, 주식복수주문 등까지 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어 투자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 현대 대우 등 다른 증권회사들도 데이트레이더의 구미에 맞는 홈트레이딩시스템 개발에 연간 100억원 이상씩을 쏟아 부으면서 ‘사이버 전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스템도 점차 글로벌화하고 있는 추세. 대신증권 김대송 사장은 “해외 증시가 국내증시에 큰 영향을 주면서 고객들의 해외증시에 상장된 종목의 매매 수요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늦어도 내년 초부터는 국내 시스템을 이용해 미국 증시의 종목들을 거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트레이딩이 사이버 거래 시스템 활성화〓국내 증권사의 온라인트레이딩시스템이 이처럼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것은 데이트레이더의 비중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는 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99년 사이버거래 시스템이 처음 생겼을 당시만 해도 약정기준으로 20%대에 머물던 데이트레이딩의 비중은 올 6월 기준으로 41.13%까지 두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시장에 데이트레이더 비중이 커지면서 이들이 원하는 정보와 다양한 변수를 시스템으로 제공, 신속하게 매매할 수 있도록 홈트레이딩시스템도 발전해 온 것이다.
한국 증권사에 비하면 미국과 일본 등 자본선진국의 시스템은 아직 초보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고작 매매와 시장정보 제공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을 뿐이며 그나마도 대부분 홈페이지상에서 이뤄지고 있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미국은 전체 개인투자자 중 온라인투자자가 17.4%에 불과하며 일본은 고작 6%대에 불과한 실정이다. 사이버트레이딩이 미래 증시를 주도하게 된다면 앞선 국내기술이 세계 표준을 선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은행권에도 사이버 열풍〓증권업계보다는 더디지만 은행권 역시 사이버 금융시스템을 통해 비용절감과 신규 우량고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99년 7월 국내 은행으로는 처음으로 인터넷 뱅킹을 시작한 신한은행은 고객이 직접 점포를 방문하지 않아도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사이버 영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터넷만 통하면 계좌조회는 물론 송금, 외환업무까지 대부분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사이버론(대출)’을 이용할 경우에는 금리할인 혜택까지 받을 수 있어 인터넷뱅킹 시장은 최근 급속도로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
인터넷 뱅킹을 하는 고객들이 늘면서 은행은 자동적인 점포 구조조정이라는 또 하나의 효과를 얻고 있다. 이미 점포 창구직원들의 업무가 절반수준으로 줄었고 직원들의 효율적인 재배치를 통해 비용절감의 효과도 거두고 있다. 신한은행 이인호 행장은 “전체 거래의 70%인 개인소매금융을 웹상으로 유도하면서 인테넷 뱅킹을 이용하는 고객수가 22만명까지 늘었다”며 “인터넷 영업이 더욱 활성화할 경우 점포 기능을 세분화해 수익을 높이는 쪽으로 구조조정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이버 금융의 발전 방향에 대한 논란도 만만치 않다. 사이버 주식거래가 발달하면서 불공정행위도 더욱 지능화하고 있고 온라인뱅킹도 아직은 근시안적인 편이성 제공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인준 교수는 “홈트레이딩시스템이 데이트레이더의 이용 편이성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은 전체고객의 요구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며 “인터넷이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고객관리에 활용돼야 진정한 사이버금융혁명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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