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헬멧에 얼굴 전체를 뒤덮은 투명 보안경. 아래 위가 일체인 겉옷을 걸친 우주복. 언뜻보면 수술실안에서 외계인들이 '지구인'을 해부하는것 처럼 보인다.
인천 중구 가천의대 동인천길병원 병원의 수술실 풍경이다. 우주복 처럼 생긴 복장은 바로 첨단 수술보조장비인 '헬멧 호흡 시스템' (Helmet Aspiration System). 수술과정에서 환자가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들로 부터 예기치 못한 균에 감염되는 것을 원천 봉쇄하기 위한 장치다.
이 병원 이수찬원장(41)은 "수술할때 환자나 의사가 공기나 혈액을 통해 감염에 직접적으로 노출될 수 있어 이같은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원장의 전문 분야인 관절 수술에서는 뼈를 깍고 살과 피가 튀고 뼈조각이 튕겨나온다. 이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미세균이 환부를 통해 침투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우주복' 장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 수술에 참여한 의사들이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도 미세한 '파편'이 튈 가능성이 있다. 통상 일반 병원에서 수술에 참여하는 의료진들은 두건과 마스크 등으로 '무장'을 하고 사전 소독을 거쳐 방균에 만전을 기한다. 하지만 '헬멧 호흡 시스템'은 이같은 우려를 원천봉쇄할 수 있다.
"수술복은 0.1 마이크론 정도의 극소 알갱이가 98% 이상 제거 될 수 있도록 특수필터 처리돼 있습니다."
특수투명관이 얼굴쪽에 부착돼 있어 대화로 인한 감염도 막을 수 있다.
이 병원에서 이 장치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 미국과 유럽 등지의 의료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장비이지만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헬멧과 이에 딸린 공기순환장치세트가 80만원선인데다 1회 수술시 소모품 비용이 2만 5000원 가량든다. 수술 참가 인원이 5명이라고 했을때 매번 10만원 이상이 추가로 드는 셈이다.
하지만 아직 국내 의료보험 혜택 대상에는 제외돼 있다.
이수찬 원장은 "수술비용에 포함시킬 경우 환자 부담이 커지게 돼 병원 자체비용으로 충당하고 있다" 며 "의료서비스 차원에서 수술후 감염 위험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관절염 환자에 한해 우선 장비를 시험 적용해 오고 있다"고 했다.
월 50건 정도 무릎관절 수술을 소화해오고 있는 이원장은 "보통 무릎 인공관절 수술의 경우 수술 후 감염율이 1%에 이르지만 지난 9월 '우주복'을 착용하고 나서 실시한 700여건의 수술에서는 아직 감염환자가 한건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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