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자금지원 방안을 둘러싸고 보험사들이 해외 신주인수권부사채(BW) 인수를 거부하자 채권은행은 보험사에 위약금을 물리기로 하는 등 채권단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처음부터 명확한 손실분담원칙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살려놓고 보자’며 성급하게 일을 추진한 결과다.
현대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26일 해외BW 5000만달러에 대한 출자전환과 유상증자를 거부하고 있는 교보 등에 위약금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교보생명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 채권에서 제외된 것은 출자전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해외BW는 예외를 인정받아야 한다”며 “위약금 부과는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한편 하나은행은 현대건설의 미전환 전환사채(CB) 736억원어치를 인수하지 않겠다던 기존 입장을 바꿔 CB인수에 동참하기로 조건부 합의했다. 대신 출자전환 후 남아있는 신용대출금 522억원을 현대건설로부터 상환받을 경우 미전환 CB인수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 하나은행은 대출금을 전액 상환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외환은행은 손실분담원칙을 내세우며 청산가치로 평가해 10∼20%만 갚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어찌됐건 하나은행은 현대건설 채권단협의회에서 아예 빠지겠다는 의도여서 협의회 탈퇴를 희망하고 있는 나머지 은행들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이날 협의회를 열어 현대건설 대출금 3조6500억원 가운데 출자전환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2조원의 만기를 연말까지 연장해주고 대출금리도 우대금리(연 9%)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또 최대주주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출자전환을 통해 갖게 될 지분 67% 중 35%는 일정기간 매각을 제한하고 나머지 32%는 단계적으로 팔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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