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언론사 세무조사 결과 5056억원을 추징한다고 발표하자 모두들 놀랐다. ‘정말 언론사들이 1조3000억원의 소득을 탈루했을까. 결론적으로 그렇지 않다. 이번 언론사 세무조사처럼 통상적일 때보다 수십 배의 강도로 세무조사를 받는다면 어떤 사업자도 대규모 추징세액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선, 유가지의 20%를 넘는 무가지를 접대비로 봐 688억원을 부과한 것은 ‘자의성’을 넘어 ‘초법적인’ 과세다. 헌법에 보장된 ‘조세법률주의’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조세법률주의’란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세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원칙으로 조세제도의 대들보와 같은 ‘공준’이다. 국세청은 세법에도 없는 20% 기준에 따라 세금을 부과, 초법적 발상으로 이 대들보를 부숴버렸다.
대법원은 접대비를 ‘거래처에 접대행위를 함으로써 친목을 두텁게 하여, 거래관계의 원활한 진행을 도모하기 위해 무상으로 지출한 금액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신문사의 오랜 관행과 국민상식에 비춰볼 때, 무가지 배포가 ‘지국과의 친목을 두텁게 하기 위해 제공되는 것’이 아님은 명백하다. 국세심판소도 관행 또는 오래 전부터 장려금을 지급한 경우, ‘접대비’가 아니라 ‘판매부대비용’으로 인정하고 있다.
둘째, ‘부당’이나 ‘정당한 사유’ 등 세법 규정이 갖는 추상적 조항 때문에 언제라도 자의적 과세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번에 국세청이 계열사에 대한 부당지원으로 간주, 275억원을 부과한 ‘세법상 부당행위’의 인정 요건은 ‘경제인의 입장에서 불합리한 거래’를 한 경우이다. 불합리한 거래인지의 여부는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 전에는 명확히 알 수 없다. 재벌총수가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자, 국세청이 현대그룹에 세금을 부과하면서 적용한 조문이 바로 이 ‘부당행위’ 조항이다. 현대그룹은 그러나 소송 끝에 대부분의 세금을 돌려 받았다.
셋째, 몇몇 언론사에 대해 수백억원의 세금이 부과된 ‘비업무용 부동산’ 규정이다. 규정에는 ‘유예기간 내에 업무에 사용하지 않은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비업무용 부동산에서 제외한다’고 되어 있는데 ‘정당한 사유’ 여부 역시 대법원 확정판결 전에는 알 수 없는 추상적 개념이다. 몇 년 전 과세당국이 서울의 한 놀이동산 땅을 비업무용으로 봐 100억원대 세금을 부과했지만 법원은 납세자였던 L그룹의 정당한 사유를 인정, 세금을 돌려줬다.
넷째, 대주주의 주식이동에 관련된 추징세액 681억원이다. 주식이동과 관련된 세법조항은 상속·증여세, 법인세, 소득세, 상법 등이 복잡하게 얽혀 웬만한 조세전문가도 골머리를 썩여야 답이 나온다. 이처럼 복잡한 세법 때문에 주식이동 관련 세무조사를 하면 반드시 추징세액이 나올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가산세가 과도하다. A기업이 기업회계와 세무회계의 차이 때문에 5년 뒤 세금을 추징 당할 경우 국세청은 과소신고 가산세 20%와 연간 18.25%에 이르는 미납부 가산세를 물린다. 따라서 A기업은 당초 세금 외에도 무려 111%에 달하는 ‘페널티’세금을 추징 당하게 된다. 환급이자가 연10.95%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일단 세금이 고지되면 돈을 빌려서라도 낼 수밖에 없고, 소송을 통해 대략 3년 뒤 세금을 돌려 받아도 ‘기업 이미지 손상’ 등 회복할 수 없는 어려움에 빠진 뒤의 일이다. 기업은 위법한 세무조사를 벌인 세무공무원과 국가에 대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가 있을까. 꿈 같은 얘기다. 지난 정권 때 기업총수가 국세청에 대선자금을 낼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납세자들은 깨달아야 한다.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견제할 장치를 만들지 않으면, 바로 자신이 세무조사라는 무소불위의 칼에 맞아 파산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을….
조세부과의 헌법적 한계를 감안한다면 소득세는 최저생계비를 제외하고 과세해야 하며, 법인세는 법인의 존립을 위협하지 않은 선에서만 걷어야 한다. 따라서 필자가 언론사를 두둔할 이유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세청이 언론사를 미워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언론사에 고지예정인 추징세액을 자진 철회해야 한다.
김선택(한국납세자연맹 회장, 전 삼일회계법인 삼일총서집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