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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육아]부부15% 불임 고통 "엄마 되고 싶어요"

입력 | 2001-06-26 18:42:00


동아일보 25일자 A31면에 올 봄 국내에 설립된 불임 관련 벤처기업 ‘DNA 뱅크’가 일본인 난자 제공자를 물색하고 있다는 아사히신문 보도 내용이 소개되자 본사에는 이 기업의 전화번호 등을 문의하는 전화가 빗발쳤다.

불임 여성은 다른 난치병 환자와 마찬가지로 ‘지푸라기’라도 잡으려 한다. 더러 불임 때문에 우울증이나 정신분열증 등에 걸리기도 한다. 지난해 10월 미국 오하이주에서 39세의 불임 여성이 이웃의 임신부를 납치해 살해하고 뱃속의 아기를 훔친 엽기적 사건은 불임 환자의 극단적 심정을 보여준 사례.

▽불임은?〓부부가 1년 이상 피임 없이 정상적으로 관계를 맺어도 아기를 갖지 못할 경우 불임 여부를 알아봐야 한다. 임신을 원하는 부부의 약 15%가 불임이며 원인은 남편과 아내에게 절반 정도씩 있는 것이 보통. 불임은 치료가 늦을수록 성공률이 떨어지므로 불임으로 의심되면 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여성은 체온 측정, 호르몬 검사, 자궁내막 검사, 골반 검사 등을 받으며 새벽이나 전날 밤 부부관계를 가진 뒤 자궁내 정자의 상태를 측정받기도 한다. 남성은 고환의 크기와 구조 등에 대한 검사와 함께 정액 검사, 소변 검사, 호르몬 검사 등을 받는다. 더러 정자의 ‘힘’도 살펴보는데 실험용 햄스터의 난자에 정자가 투과하는 것을 측정한다.

▽여성 불임〓불규칙한 배란이 원인이므로 배란 유도가 우선. 난관이나 자궁, 골반의 구조에 이상이 있으면 이를 바로잡는 수술을 받는다.

특별한 신체 이상이 없을 경우 ‘자궁내 인공수정’이 기본적 시술법. 이는 정액 내에서 정상적인 정자를 골라 특수관을 이용해 자궁 내에 직접 넣는 것이다.

나팔관이 정상일 때 ‘나팔관 수정’을 받기도 한다. 나팔관은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이 일어나는 장소. 남편에게서 채취한 난자를 체외에서 정자와 합친 뒤 이 부분에 넣는다. 요즘에는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체외에서 수정이 확인된 난자만 골라 넣기도 한다.

‘시험관 아기 시술’은 아기를 시험관에서 키우는 것이 아니다. 여성에겐 난자의 집인 ‘난포’를 여러 개 자라게 하기 위해 7∼10일간 호르몬 주사를 놓고 최종적으로 난자의 성숙을 유도하는 호르몬 주사를 맞힌 다음 하루 반 뒤 난자를 채취한다. 그리고 2∼3시간 뒤 남편에게서 정액을 받고 정자를 뽑아내 배양액에서 수정시킨 다음 2∼3일 키운 뒤 특수관을 이용해 자궁에 넣는다. 정자의 활동성이 떨어질 경우 가는 유리관으로 정자를 난자의 세포질에 직접 주입하는 시술법인 익시(ICSI)를 사용한다.

▽남성 불임〓정자가 배출되는 길이 막힌 경우엔 이를 뚫어주는 외과수술을 한다.

정자가 나오는 길은 정상이지만 수가 적거나 부실한 경우 수술로 고환이나 부고환에서 정자를 채취한 다음 가는 유리관을 통해 난자의 세포질에 주입해 수정시킨다. 요즘엔 무정자증인 남성에게서 원시 정자세포를 채취해 난자에 직접 주입, 수정시킨 뒤 이 수정란을 자궁에 이식하는 시술법인 로시(ROSI)로 불임 고민을 해결하는 곳도 늘고 있다.

▽정자 및 난자은행〓이런 방법으로도 불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최후 수단’으로 남의 정자나 자궁을 이용하기도 한다.

정자은행은 정자를 채취한 뒤 냉동보존액과 혼합해 용기에 넣고 영하 196도의 액체질소 탱크에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녹여 인공수정에 이용하는 것. 서울대병원 부산대병원 미즈메디병원 삼성제일병원 강남차병원 마리아병원 등에 있다. 요즘엔 무정자증 남성불임 환자의 고환조직을 채취해 보관한 다음 불임시술에 사용토록 하는 고환조직 보존은행도 생겼다.

난자은행은 항암치료 자궁적출술 등을 받는 여성환자가 나중의 임신을 위해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 대리모 출산을 위해서도 쓰인다.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도움말〓미즈메디병원 노성일박사 02-3467-3701, 강남차병원 불임센터 남윤성박사 02-3468-3412)

stein33@donga.com

◇불임 막으려면…

불임 전문의들은 “아이를 아예 낳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면 임신을 늦추지 말라”고 한결같이 권고한다. 30세 무렵부터 난소가 급격히 노화하고 35세 이후엔 불임시술의 성공률도 떨어지며 마흔이 넘으면 ‘시험관아기’도 얻기 힘들기 때문.

30세 이전에 ‘관계’를 맺는다고 다 아기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부부가 각종 검사로는 이상이 없는데도 임신이 되지 않아 애태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를 ‘잠재불임’이라고 부르는데 이 경우 생활요법이 특히 중요하다.

잠재불임일 때 여성은 음식을 골고루 먹되 비만이면 불임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과식은 피해야 한다. 지나친 채식이나 다이어트, 카페인 음료 섭취 등도 불임의 원인이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평소 배를 따뜻하게 하고 여성스러움을 유지하는 것도 임신에 도움이 된다.

남성은 고환을 시원하게 유지해야 한다. 사우나를 자주 하거나 엉덩이에 땀이 밸 정도로 오래 앉아 있지 않는다. 사무실에서 일할 경우 틈틈이 산책하도록 한다. 옷은 헐렁하게 입고 매일 찬물로 음낭을 씻고 잘 때엔 ‘맨살’로 자도록 한다.

또 너무 자주 ‘방사’하면 정자가 덜 성숙해 임신이 안될 수 있으므로 금욕했다가 아내의 배란일에 맞춰 ‘폭발’시키는 것이 좋다.

아내는 특히 배란일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보통은 월경 시작 14일 전이다.

들쭉날쭉한 경우 아침에 눈뜨자마자 움직이지 않은 상태에서 체온계를 혀 밑에 넣고 체온을 잰다. 평소보다 0.8도 올라가 있으면 그날 밤부터 이틀 간격으로 3차례 관계를 갖는다.

여성의 질 속은 산도가 높아 많은 정자가 죽는데 아내가 오르가슴을 느끼면 질의 분비물이 질벽을 덮어 정자가 죽을 위험이 줄어든다. 따라서 침실의 분위기를 아늑하게 꾸민 다음 충분히 전희를 갖고 즐기는 기분으로 관계를 갖는다.

‘불임에 대한 불안이 없으면 불임도 없다’는 말처럼 스트레스는 불임의 큰 원인이므로 부부가 서로 ‘아기를 가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도움말〓미즈메디병원 조정현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