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인대가 파열된 것도 모르고 2년간 파스만 사서 붙였죠. 얼마나 미련했던지….”
26일 오후 연세대 의대 신촌세브란스 병원 정형외과 병동. 퇴원 준비를 하던 유정해씨(33)는 “치료를 미룬 탓에 몸 고생만 더 했다”며 수술 뒤 붕대로 감은 오른쪽 무릎을 쓰다듬었다.
유씨가 오른쪽 무릎 통증에 시달리게 된 것은 2년전 ‘작은 사고’ 때문이었다. 직장 동료들과 축구를 하다 넘어져 오른쪽 다리를 접질렸다. 며칠간 다리를 절면서도 ‘아직 젊은데…’하는 마음에 파스와 찜질로 통증을 견뎠다.
“이후 가끔씩 아팠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긴 채 1년을 지냈죠.”. 그러나 올들어 ‘화근’이 될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계단을 오르내릴때 무릎에서 ‘뚝뚝’하는 소리가 나면서 통증이 잦아졌다. 길을 걷다가 갑자기 오른쪽 무릎에 힘이 빠지면서 휘청거려 쓰러질 뻔한 경우도 여러 차례. 운전 중 오른쪽 다리에 경련이 나면서 액셀레이터를 밟지 못하는 등 난감했던 경우도 적지 않았다.
‘큰일났구나’라는 생각에 집 근처 병원을 찾아 X레이 촬영을 했지만 이상이 없다는 얘기뿐. 한달 전부터 부쩍 심해진 통증으로 제대로 걷기 조차 힘들게 되자 결국 종합병원을 찾아 정밀 진단을 받았다. 진단 결과는 ‘무릎 전(前)십자인대 파열’. 계속 방치할 경우 퇴행성 관절염 등 합병증으로 아예 다리를 못 쓰게 될 위험까지 있다는 것.
곧바로 2시간에 걸쳐 파열된 인대를 이어 붙이는 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경과가 좋아 통원 치료만 잘 받으면 일상 생활에 불편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예전처럼 격렬한 운동은 당분간 금물. “‘사고’ 이후 오랫 동안 관절이 아프면 반드시 정밀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처럼 사서 고생하지 마시고요.”
ysh1005@donga.com
◇주치의 한마디 "방치하면 퇴행성 관절염등 합병증 불러"
체중을 떠 받치는 무릎 관절은 사고로 인해 손상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편이다.
특히 축구 등 격렬한 운동시 무릎 관절은 체중의 2∼3배에 이르는 하중을 받기 마련. 이 과정에서 자칫 부상을 당할 경우 무릎 관절을 지탱하는 인대가 심각한 손상을 입을 수 있다.
무릎에는 4가지 인대가 앞뒤와 안팎에서 무릎 관절을 지탱하는 버팀목 역할을 한다. 특히 앞뒤에 있는 인대는 X자 모양이어서 ‘십자 인대’로 불린다.
인대가 손상되면 통증과 함께 무릎이 부어 오른다. 이 경우 부목을 하고 절대적인 안정을 취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무시한 채 지속적으로 무리한 운동을 할 경우 마침내 인대가 파열돼 수술이 불가피하다. ‘완전 파열’의 경우 대부분 한발짝을 내딛기 힘들만큼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게 된다. 그러나 ‘부분 파열’일 때는 당장 큰 불편이 없어 정확한 진단을 미룬 채 장기간 증세 치료에 그치는 사례가 많다.
수술을 받으면 90% 이상 완치가 가능하지만 이후 심각한 운동은 삼가해야 한다.
한편 파열된 인대를 내버려두면 관절이 손상되면서 퇴행성 관절염 등 합병증이 찾아온다. 관절마저 손상되면 최악의 경우 ‘인공 관절’ 수술까지 각오해야 한다.
따라서 운동 중 부상으로 무릎에 장기간 통증이 지속될 경우 3개월내 정밀 진단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무릎 관절이 급격히 퇴화되는 40대 중반부터는 격렬한 운동을 피하고 운동 전 반드시 충분한 준비 운동을 해야 한다.
김성재교수(연세대 의대 신촌 세브란스 정형외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