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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적 가치' 또 다시 화두로…한국사회학회 워크숍서

입력 | 2001-06-26 18:55:00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다소 수그러져 가는 듯하던 ‘아시아적 가치’ 논란이 우리 사회학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다시 제기됐다.

한국사회학회는 ‘한국사회 연구:해외 한국학자와의 담론과 협동연구 모색’을 주제로 25∼27일 충북 수안보 산그림호텔에서 워크숍을 가졌다. 이번 행사에서 발표자로 나선 캐나다 브리티시 콜럼비아대 장윤식 교수는 전통사회의 ‘인격윤리’가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해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장 교수가 말하는 ‘인격윤리’란 의리를 바탕으로 한 인간적 유대관계를 중시하는 가치관을 의미한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에는 전통적인 공동체 윤리였던 상호부조의 원리가 도시공동체의 인격윤리로 변형돼 아직 잔존해 있다”며 “법과 규율에 의존하는 산업화와 시장경제가 아무리 확산되더라도 인격 윤리가 설 자리는 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인격윤리를 기반으로 한 상부상조 정신은 우리 사회에서 시민과 국가를 연결하고 시민사회를 건설하는 데 공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과거 향약이나 두레로부터 현대의 학생운동, 노동운동, 여성운동을 통해 면면히 이어져온 인격윤리의 지속력과 적응력을 고려할 때 “한국의 민주주의는 서양과는 다른 ‘인격주의적 민주주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평소 ‘아시아적 가치’를 주장해 온 연세대 사회학과 유석춘 교수는 이에 대해 “개인주의를 기초로 다른 사람에 대한 ‘불신(不信)을 제도화’한 서구와 달리 한국사회는 근대화 과정에서 인격윤리(혹은 연고주의)를 잃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런 “인격윤리와 같은 아시아적 가치를 간직한 한국은 요즘 서구 사회에서 강조되고 있는 인격윤리를 이미 풍부하게 내장하고 있는 셈”이며 한국 사회는 이 점에서 서구사회보다 훨씬 나은 여건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대 사회학과 이재열 교수는 “서구도 우리의 인격윤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도덕경제’의 과정을 경험했고, 현재 많은 비서구국가들에서도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상부상조를 강조하는 유사한 행위규범들이 발견되고 있다”며 인격윤리를 한국사회의 특수성으로 강조하는 데 대해 반대시각을 나타냈다. 이 교수는 “최근 들어 ‘신뢰’나 ‘사회적 자본’을 강조하고 있는 서구와 달리, 한국사회에서는 인격주의보다 공공성을 확보할 투명한 규칙이 없다는 것이 더 문제”라고 주장했다.

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