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는 사범대 주최로 26, 27일 이틀간 ‘공교육 백년을 위한 대안’이라는 주제로 국민대토론회를 가졌다.
우리나라 공교육의 현주소를 확인하고 위기에 빠진 공교육을 되살리기 위한 묘안을 찾는 것이 이번 토론회의 취지. 서울대 문화관에서 학생 교사 학부모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6일의 토론회에서는 공교육의 위기와 대책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들이 소개됐다.
토론 이틀째인 27일에는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 정치인 교수 등 교육문제 전문가들의 토론이 이어질 예정이다.
▽위기의 공교육〓토론에 참석한 학생들은 입시준비라는 단 하나의 목표만이 인정되는 교육현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대안학교인 간디학교 3학년 정재원군은 “대학진학은 개인의 선택의 문제일 뿐인데 모든 학생에게 입시준비를 강요한다”며 “대부분의 학생에게 학교는 ‘배움의 공간’이 아닌 ‘고통스러운 공간’일 뿐이다”고 말했다.
서울 인창고 2학년 황두영군은 “봉사활동이나 학생회활동 같은 인성교육이나 자치활동까지도 대학입시의 수단이 되는 것 같아 서글프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인간교육실현 학부모연대 소속 김장중씨는 “대다수의 학부모는 학교교육만으로는 자녀들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학교교육에 대한 불신 때문에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의존하게 된다”고 말했다.
▽위기의 원인〓정범모 한림대 석좌교수는 공교육 위기의 첫 번째 원인으로 교육부의 관료주의적 정책을 꼽았다. 정 교수는 “교원정년 단축을 포함한 최근의 정책들로 교사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졌고 이것이 교육 붕괴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서울 구정고 김진성 교장도 “교육현장을 모르는 행정 관료에 의해 교육정책이 수립되고 교육현장의 목소리나 교사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등 교육행정 체계의 폐쇄성이 공교육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교사들의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창학 서울 언북중 교사는 “교사들이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외면당하는 것은 교사 자신의 전문성 부족과 일부 교사의 촌지수수 등으로 인한 전체 교사의 도덕적 신뢰 상실에도 원인이 있다”며 “교원의 처우개선 및 사회적 예우 향상과 함께 교사집단의 권위회복을 위한 교사들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안 모색〓참교육학부모회 경기고양지부장 박이선씨는 “학력위주의 사회풍조가 사라져야 공교육의 기능이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범모 교수는 “교육부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강요된 개혁이 아닌 학교와 교사가 주도하는 자발적 개혁이 있어야만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순철 전교조 정책기획국장은 “교육 부문에 대한 정부의 투자가 너무 인색하다”며 “매년 국민총생산(GNP) 대비 4%대에 머물고 있는 교육재정비율을 6%로 올리면 과밀학급과 같은 공교육 문제의 상당부분이 해결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학급당 인원수 25명 이하로 감축 △학교 시설 등 교육여건 개선 △교과과정 대폭 축소 △학생과 교사간의 의사소통 구조개선 △교원양성제도 개선 △학생의 자치활동 보장 △교육현장에서의 지나친 공문서 및 결재문화 배격 등도 시급한 개선점으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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