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연으로 불리는 스포츠카이트는 세계 20여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와, 저게 뭐야”
울긋불긋 형형색색의 이상한 비행체들이 한강 상공에서 요란하게 춤을 춘다. 어떤 것은 전폭기 스텔스처럼 삼각형으로 생겼고 또 어떤 것들은 패러글라이더나 해파리처럼 생겼다.
스포츠카이트. 이른바 서양 연(鳶)이다.
17일 오후 서울 잠실 누에나루터(유람선선착장) 인근 잔디밭. 20여명의 스포츠카이트 동호인들이 모여 신나게 연을 날리고 있었다. 연 끝에 긴 형광 꼬리를 달고 하늘에서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각종 신기한 도형을 만들자 삽시간에 구경꾼이 몰려들었다.
말이 연이지 바로 옆에서 어린이들이 날리는 가오리연과는 사뭇 다르다. 묘기를 부리는 작은 스턴트카이트(stunt kite)만 해도 가로 2m50, 세로 1m20이나 된다. 해파리처럼 생긴 것은 어른 서너명을 둘둘 감고도 남을 정도.
전통연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 조종하는데 힘이 든다. 체중 80㎏의 김종건씨(36·서울 여의도동)가 ‘해파리연’을 조종하면서 이리저리 끌려다닌다.
“운동량이 엄청나 시작한 지 1년됐는데 체중이 10㎏이나 빠졌다”는 김씨는 원래 산악자전거(MTB) 마니아. 92년 한국인으론 최초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터키 이스탐불까지 유럽대륙을 횡단하기도 했다.
한강둔치에서 MTB를 타다가 스포츠카이트가 하늘에서 묘기를 부리는 것을 보고 한번 연줄을 잡은 뒤 이제는 바람만 불면 카이트를 들고 강변으로 나온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24일에도 카이트 날리기를 시도했을 정도.
한규완씨(47·서울 잠실본동)도 한강둔치에서 우연히 스포츠카이트를 보고 푹 빠진 경우.
“허리운동엔 이게 최고예요. 1년새 체중은 5㎏, 허리사이즈는 2인치나 줄었어요.” 조깅하러 나왔다가 마니아가 된 한씨는 23년이 넘게 허리 디스크로 고생했으나 스포츠카이트를 한 뒤 한결 몸이 좋아졌단다.
무엇보다 자유자재로 하늘을 나는 스턴트카이트는 묘기부리는 재미 때문에 한번 시작하면 서너시간은 연줄을 놓치 못한다고.
▼시속 110km…자유자재 비행▼
연(kite)은 기원전 500년 중국문헌에 나오며 유럽으로 전해진 것은 15∼16세기.
현재 사용되는 스포츠카이트의 모습으로 본격 자리잡게 된 것은 2차세계대전 당시. 미 해군은 스포츠카이트가 시속 110㎞가 넘을 정도로 빠르고 자유자재로 비행할 수 있다는 데 착안, 30만개가 넘는 스포츠카이트를 ‘사격용 타겟’으로 사용했다.
스포츠카이트의 종류는 크게 묘기를 부리는 ‘스턴트’형과 연이 커 조종하는데 힘이 많이 필요한 ‘패러포일’형이 있다.
스포츠카이팅은 현재 전세계 20여개국에서 즐기고 있다. 지난해 월드컵에선 일본이 전통의 강호 미국을 스턴트 단체전에서 누르고 우승, 최강국으로 떠올랐다. 스턴트 단체전은 4, 5명의 선수가 마치 편대비행을 하듯 한치의 오차없이 묘기를 부리는 것.
국내동호인은 200여명선. 잠실 누에나루선착장과 성남 분당, 인천 강화, 제주도 등지에서 스포츠카이팅을 즐긴다. 스포츠카이트는 10만원에서 30만원선으로 마니아들은 보통 풍속 등에 맞춰 보통 5,6개를 보유하고 있다. 따로 정규강습은 없고 클럽에 등록한 뒤 선배들의 지도를 받는게 가장 빠른 방법.
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