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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이부부의 세계 맛기행]일본의 퓨전 부침개 '오코노미야키'

입력 | 2001-06-27 17:23:00


비가 주룩 주룩 내리는 장마철엔 김치전, 파전 부쳐먹고 싶은 생각이 납니다. 묵은 김치 팍팍 넣고 벌겋게 부쳐 가지고서는 만화책 보며 뜯어 먹는 그 맛이란...(으아, 집에 가고 싶어라...)

부침개 하니까 아줌마인 설마담은 제사가 떠오르네요. 큰집 외며느리가 일년이나 제사 팽개치고 나왔으니 불효도 이만저만 불효가 아니죠? 어머니 볼 낯이 없습니다.

일년에 예닐곱번이나 있는 제사 때마다 이 서툰 며느리가 하는 일이라곤 고작 부엌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부침개(저희집에선 '찌짐'이라고 하죠) 굽는 것 밖에 없었습니다. 그나마도 재료 다 구해 간까지 봐서 넘겨주신 걸 붓고 뒤집는 정도였거든요.

녹두전, 동태전, 배추전, 동그랑땡... 솜씨 좋으신 어머니께선 종류별로 다양한 부침개를 준비하셨죠. 근데 이상하게도 부엌에서 굽다가 몰래 조금씩 뜯어먹을 땐 너무 맛있는데 제사 다 지내고 먹으려면 손이 잘 안가더라구요. 기름 냄새 너무 맡아서 그렇다는 설도 있는데 역시 부침개는 즉석에서 구워 따끈따끈할 때 먹어야 제일 맛있는 것 같아요. 몰래 먹으니까 더 맛있는 건가?

암튼 이렇게 즉석으로 만들어 먹는 부침개가 맛있다는 것을 일본 사람들도 잘 알고 있더라구요. 일본 음식 중에서 우리의 부침개와 비슷한 음식이 있는데 바로 '오코노미야키'라는 겁니다. '오코노미야키(お好の燒)'라는 말이 '내가 좋아하는 것을 구운 것'이란 뜻이니 말 그대로 손님이 원하는 재료를 넣어 즉석에서 구워 주는 바로 그 부침개죠.

손님이 반죽에 '카레 넣어라'하면 카레 넣어주고, 거기다가 '오징어, 새우 넣어달라'하면 그걸 넣어 넓은 철판에 후다닥 지져주는데 당연히 재료를 추가할 때마다 돈이 붙겠죠? 그렇게 구워낸 걸 피자 자르는 칼로 삼사등분해서 접시에 내 주면 후후 불어가며 먹는 맛이 기막힙니다.

'오코노미야키'의 원조 오사카 거리를 헤매었건만 역시 우리의 걸림돌은 '가격'. 원체 일본 물가가 비싼데다가 이건 뭐 빈대떡 한 장이다 생각하니 그 돈 내고는 당최 먹을 엄두가 안나는 거예요. 사실 설마담은 한번 먹어줘야 한다고 계속 우겼지만 짠돌이 홍대리는 본전 생각이 나나봐요.

끝까지 안먹는다고 튕기다 오사카를 떠나는 마지막 날 우린 많이 걸어 허기진 배와 피곤한 몸을 가누지 못하며 지하보도를 허우적거리고 있었답니다. 이대로는 쓰러질것 같아 아무거나 좀 먹어주자고 결심한 순간 눈앞에 들어온 조그만 식당은 바로 '오코노미야키'집! 역시 설마담의 순간 포착은 절대 피하지 못한다니까요.

지하상가의 조그만 '오코노미야키' 전문점은 때마침 점심시간을 맞아 직장인들이 꽉 들어차 있었습니다. 그들 앞에 놓인 것은 얼굴 크기만한 빈대떡 모양의 '오코노미야키'였습니다. 다양한 옵션이 있었지만 우리가 먹은 것은 점심 특선으로 나와 있는 돼지고기를 넣은 가장 일반적인(가장 싼) 오코노미야키였습니다.

주문을 받자마자 철판 앞의 주방장은 뒤지개로 쇼를 벌이며 무언가를 지글지글 굽더군요. 그리고 우리 앞에 배달된 뜨거운 철판접시 위의 뜨거운 오꼬노미야끼는 딱 우리나라의 빈대떡을 연상시키는 것이었습니다. 보기만 해도 그냥 쓰러질 듯 맛있어 보이더라구요.

사실 맛은 '음... 글쎄요'였죠. 단순한 애국심 때문은 아닌 것 같고 우리나라의 파전보단 못한 것 같더라구요. 이 글을 읽는 분들이 '동래파전'을 먹어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넉넉한 해물, 길게 늘어세운 실파,그리고 계란과 밀가루로 적절히 배합한 반죽이 노릇노릇하게 구워지면 겉은 바삭거리고 속은 보송보송하니 일품이죠. '오코노미야키'는 거기에 비해 좀 많이 퍽퍽한 것이 '파전'의 촉촉함에 익숙한 우리 입맛에는 덜 맞는 듯했죠. 느끼하기도 하구요. (싼거 먹어서 그런가요?)

그래도 한장 먹고 나면 한끼 식사로 충분할 만큼 두툼하고 내용도 알차요. 사실 저희야 뭐 배부른 것 하나만으로도 좋았죠 뭐. 그러고 보니 예전에 일본 친구가 집에서 오코노미야끼란걸 해준 기억이 나네요. 그때는 이름이 길고 어려워서 잊어버렸는데 이것저것 넣어 직접 만들어준 그때가 훨씬 맛있었던 것 같아요. 역시 부침개는 부엌에서 수다떨며 뜯어 먹어야 제맛이라니까요.

☞ 어디서 먹나요?

'오코노미야키'는 오사카가 원조라고 하는데, 다른 지방에서도 그 특색을 살린 오코노미야키를 먹는다고 해요. 그리고 워낙 유명하고도 서민적인 음식이다보니 일본 어디서든 '오코노미야키'집을 볼수 있답니다.

오사카는 '천하의 부엌'이라고 불리웠던 만큼 각종 음식재료와 요리가 모여드는 곳인데다 그중에서도 '도톤보리'라는 먹자 골목엔 전에 소개한 유명한 오뎅집 '다코우메'를 비롯하여 그야말로 먹는 집만 가득 모여 있는 즐거운 곳이죠. 물론 '오코노미야키'도 여기서 맛볼 수 있구요. 일본 오시는 분들은 여유돈 챙겨 오셔서 '각종 옵션 추가'해서 꼭 한번 드셔보세요.

가격 : 오사카 남바 지하상가의 어느 작은 식당 오코노미야키 정식(점심 특가) 650엔!

참, 우리나라에도 많이 들어와 있다고 들었는데, 혹시 어디서 하는지 아는 분 계세요?

시원한 장대비와 부침개가 그리운 꿈틀이부부.

꿈틀이부부 tjdaks@netsg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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