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씨카드 이×× 회원님, ○○단란주점, 70만원, 6월26일 22시39분 승인완료, 분실신고 02-520-4515!!”
회사원 이씨(36)는 핸드폰을 통해 이런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고 깜짝 놀랐다. 최근 카드를 잃어버렸는데 누군가 그 카드를 주워 술집에 가서 거나하게 먹은 것이기 때문. 이씨는 곧 전화를 해서 카드분실신고를 하고 이 거래를 취소시켰다.
비씨카드가 지난 2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핸드폰을 이용한 신용카드 거래승인내역 통지서비스(SMS) 덕분에 취한 조치였다.
부산으로 출장을 간 김모씨(32)는 특색있는 음식점을 가보고 싶어 휴대폰으로 삼성카드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반경 1.5㎞에 있는 음식점 정보가 제공됐다. 삼성카드가 제공하는 보너스클럽가맹점 안내서비스 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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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김씨(35)는 지갑에 현금을 거의 넣고 다니지 않는다. 출퇴근 때 버스와 지하철비는 국민패스카드로 내고 자판기에서 커피나 음료수는 전자화폐를 쓴다. 이따금씩 택시를 탈 때는 몬덱스카드로 계산한다.
▼글 싣는 순서▼
1. 대출세일 시대
2. 쏟아지는 신상품
3. 신용 카드 서비스
4. 인터 넷 빌링
5. 인터 넷 뱅킹
6. 바뀌는 투자열풍
7. 바뀌는 보험시장 판도
8. 프라이빗 뱅킹 확산
9. 투자은행업 등장
10. 글로벌체제 편입
국내 신용카드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 및 기술은 세계의 첨단을 달리는 것이 적지 않다. 비자카드는 작년 7월 LG캐피탈의 LG레이디·2030카드에 대해 최우수상품상(Award for Global Excellence)을 주었다. 당초 예정에 없던 특별상으로 도입된지 1년도 안돼 각각 200만장이나 발급된 것에 대한 평가였다. 마스터카드도 지난 6월초 아시아·태평양지역 연차총회에서 국민카드의 국민패스카드에 우수상품상을 주었다. 지하철이나 버스등 대중교통 요금을 한달뒤에 한꺼번에 내는 후불제 카드라는 점이 인정한 것이다.
이르면 8월말부터 상용화될 크레딧패스카드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시속 160㎞이하의 속도로 지나쳐도 운전자의 지갑속에 있는 신용카드를 읽어 통행료를 다음달에 내도록 하는 기술이 세계 최초로 선보인 때문. 비자카드는 이 기술을 해외로 수출할 때 중개해주겠다고 나섰다.
국내 신용카드 산업이 세계에서 앞서 나가고 있는 것은 “21세기에 금융은 IT산업”(키타오 요시다카 일본소프트방크 전무)이라는 말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기 때문. “한국의 IT기술은 세계 수준급이어서 신용카드 분야에서 한발 앞서 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은 무한하다”(마크 버비지 e-Visa 아시아·태평양 수석부사장)는 설명이다.
이는 신용카드의 기반구조에서도 나타난다. 신용카드를 읽는 단말기보급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아 신용카드를 쓸 때마다 건별로 모두 승인이 이루어진다. 분실 도난 및 부도위험이 그만큼 적어지게 마련. 일본은 3만엔 이하의 경우 승인을 거치지 않는다. 또 신용카드 가맹점이 카드 사용대금을 받는 것도 한국에서는 2∼3일지만 일본은 15일이나 걸린다(이승권 조흥은행 차장).
국내에서 발급된 신용카드 수는 3월말 현재 6326만3000개. 성인 한사람당 2.5매 꼴이다. 신용카드 이용대금은 1·4분기중 85조808억원으로 작년 동기(38조2353억원)보다 122.5%나 늘었다.
그러나 개선돼야 할 점도 적지 않다. 금융감독원 정기승 비은행감독국장은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질적 발전을 해야 한다”며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 카드를 발급해 준뒤 5만원만 연체해도 신용불량자로 만드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페퍼&로저그룹 팀 타일러 아시아대표도 “다양한 고객의 니즈(요구)에 맞춰 1대1 마케팅을 하는 고객밀착서비스(CRM)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