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파인만은 어렸을 때 세일즈맨인 아버지로부터 과학을 배웠다. 저녁식사 후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욕실용 타일을 가지고 놀았다. 아이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형상과 반복 패턴에 대한 개념을 배우게 한 것이다.
▶ 미국 오클라호마주 마이크로프로젝트 대회에서 1등상을 받은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의 작품. 명주잠자리의 애벌레를 전자현미경으로 찍었다.
처음부터 정의를 배우고 공식을 암기한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개념을 인식할 수 있게 한 아버지를 파인만은 최고의 과학교사로 꼽았다.
그러면 자연현상으로부터 어떻게 과학의 개념을 얻고 규칙성을 유도해 낼 수 있을까? 해답은 관찰이다. 과학이 무엇인지를 배우기 위한 첫걸음은 인내심을 가지고 어떤 현상을 지켜보는 것이다. 관찰된 결과를 토론하면서 개념을 확립해 나가고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생기는 것이다.
5년 전부터 미국전자현미경학회와 캘리포니아대(버클리)를 중심으로 시작된 마이크로(MICRO) 프로젝트는 ‘관찰 중심의 과학교육’에서 새로운 이정표가 되고 있다. 현미경을 통하여 과학적 탐구 정신과 관찰 태도를 학생들에게 심어주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현재 최소한 200여명의 중등학교 교사, 200명의 전자현미경 관련 학자, 100여명의 부모가 참여하고 있고, 3만 여명의 학생들이 이 교육의 혜택을 받고 있다. 학생은 주변에 흔한 연못 속 생물체, 여러 종류의 모래, 부서진 전자 부품들을 소재로 선택해 소우주를 탐구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세포학, 생화학, 결정학, 화학, 물리, 재료공학, 반도체 공학, 광학, 미생물학, 범죄수사학 등 다양한 분야를 접하면서 분석능력과 창조성을 키울 수 있게 된다.
학생들은 우선 광학 현미경으로 입문한 다음 전자 현미경을 통해 1000배 이상의 확대 배율로 시편의 영상을 얻고 화학 조성까지도 알아낸다.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주기율표를 습득하게 되고 물리학과 광학의 기본개념을 배운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마이크로 프로젝트가 가능하다. 전자 산업과 재료, 부품공학이 급속한 발전으로 한국은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신제품 전자현미경을 보유한 나라가 되었다. 또한 각 지방 국립대와 주요 사립대를 중심으로 전자 현미경 관련 센터들이 설립되어 있어 중고등학교 과학 교사들과 협력한다면 전국에서 전자 현미경을 이용한 과학 교육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마이크로 프로젝트는 차세대 과학 기술자들에게 앞으로 새로운 산업의 중심이 되는 바이오기술(BT), 나노기술(NT), 환경기술(ET), 정보기술(IT)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하는 교육적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성창모(미국 매사추세츠주립대 첨단소재연구소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