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주민 2000여명은 화장장 건립 계획을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우리 구 화장장은 우리에게 맡겨달라.”
“광역시설인 화장장을 자치구마다 만들 수는 없다.”
서울시의 제2화장장 부지선정이 임박한 가운데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강남구와 서초구가 자체적인 구립 추모공원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파문이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화장장을 전체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광역화 시설로 건립하겠다는 서울시의 ‘시립 추모공원 설립계획’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서울시와 자치구간의 화장장 건립을 둘러싼 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우리 구 화장장은 우리 손으로〓강남구와 서초구는 27일 “경기와 강원 등 인접 지역에 구 자체 예산으로 화장로와 납골공원이 들어서는 ‘구립 추모공원’을 건립하기 위해 구체적인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권문용(權文勇) 강남구청장은 “버스로 1시간 거리에 자체예산으로 임야 13만평을 확보해 5기 규모의 화장장과 수련원, 놀이공원 등이 들어서는 추모공원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서울시에 보고했다.
강남구는 화장로를 지하에 설치하고 각 종교단체에 적합한 납골시설을 건축하는 한편 강남구 관내 종교단체 등과 협의해 운영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강남구 관계자는 “관내에 있는 쓰레기소각장과 탄천하수처리장 등 기피시설들로 이미 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에 시립 추모공원까지 관내에 들어올 경우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가 예상된다”며 자체 추모공원 건립 배경을 밝혔다.
청계산 일대가 제2화장장 부지로 유력시되고 있는 서초구의 경우도 외곽 지역에 자체 화장장을 건립, 서울시의 대규모 추모공원 건립계획을 돌파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조남호(趙南浩) 서초구청장은 27일 “구에서 1시간∼1시간 반 거리에 위치한 경기와 강원 등의 지자체를 대상으로 화장장 및 추모공원의 공동 이용에 대한 협상을 진행 중이며 상대측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서초구는 화장장 시설을 필요로 하는 지자체에 건립비용을 전액 지원해주고 매년 5억∼10억원 가량의 환경오염분담금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화장장을 공동이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 입장〓서울시는 자체 추모공원 설립안을 들고 나온 이들 자치구의 ‘저의’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서울시의 추모공원 부지선정을 저지하기 위한 ‘꼼수’로 보기 때문. 서울시는 “현행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화장장 및 납골시설의 수급은 서울시 등 광역단체의 수급계획에 따라 수립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납골공원의 소규모 건립은 허용할 수 있지만 화장장은 시의 광역 수급계획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자체 건립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시는 시립 추모공원 건립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해 7월 중으로 제2화장장 부지 선정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시에서도 인근 경기도 등과 여러 차례 협의를 시도했지만 이들 지역에서 모두 강력한 거부의사를 밝혔다”며 “실현가능성조차 없는 안을 들고 나온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자치구에서는 특정지역에 대규모 화장장 건립을 고집하는 서울시의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시각을 갖고 있는 데다 선거를 앞두고 두 자치구 단체장이 더욱 공세적인 자세로 나오고 있어 양측의 공방은 더욱 치열해질것으로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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