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정부가 28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막되는 서양화가 전광영 개인전을 축하하기 위해 소 모형을 보내려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거절하는 바람에 그 뜻이 좌절됐다. 실물과 비슷한 크기의 소 모형을 행사장에 보내 축하의 뜻을 전하는 것은 스위스의 오랜 전통이다. 소 모형은 미술전시회의 경우 행사기간 동안 전시장 앞에 놓인 후 보낸 사람이 다시 가져가도록 되어 있다.
최근 본국으로부터 소 모형(가로 190 세로 150cm) 3개를 들여온 주한 스위스대사관은 올해 스위스 바젤 아트페어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전광영씨의 전시회를 축하하기 위해 이를 보내기로 했다.
대사관 측으로부터 이 사업을 위임받은 로렌스제프리스㈜는국립현대미술관에 동의를 구했다. 그러나 돌아온 반응은 “정부 기관은 축하 화환을 받을 수 없게 되어 있기 때문에 이에 해당하는 소 모형도 받을 수 없다”는 차가운 거절뿐이었다.
이번에 스위스에서 들여온 소 모형은 1998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제작된 812개 중 하나. 이 소 모형들은 미국 시카고와 뉴욕에서 거리 퍼레이드와 미술관 축하용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국립현대미술관에 보내질 예정이었던 소 모형의 이름은 ‘한이무’(한국을 뜻하는 ‘한’과 소울음의 의성어 ‘무’의 합성어). ‘한이무’는 국내 문화 행사 축하용이고, 다른 한 개는 8월1일 스위스 건국기념일에 맞춰 판문점 내 스위스 중립국감독위원회 사무실 앞에 전시될 예정이다.
스위스대사관 김지인 공보관은 “‘한국방문의 해’도 있고 해서 스위스 국민의 뜻을 모아 예술행사를 축하해주려 했는데 섭섭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정부 기관이긴 해도 그 이전에 문화와 예술을 보여주는 곳이다. 예술를 다루는 사람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경직된 자세다. 스위스의 소 모형을 허례허식으로 간주해 거절한 것은 열린 자세가 아니다. 결과적으로 국가간 호의를 무시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정준모 학예연구실장은 “스위스 정부가 우리 국가기관을 매개로 자기 나라 홍보만 하려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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