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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국립현대미술관의 관료적 폐쇄적 행정

입력 | 2001-06-27 18:39:00


스위스 정부가 28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막되는 서양화가 전광영 개인전을 축하하기 위해 소 모형을 보내려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거절하는 바람에 그 뜻이 좌절됐다. 실물과 비슷한 크기의 소 모형을 행사장에 보내 축하의 뜻을 전하는 것은 스위스의 오랜 전통이다. 소 모형은 미술전시회의 경우 행사기간 동안 전시장 앞에 놓인 후 보낸 사람이 다시 가져가도록 되어 있다.

최근 본국으로부터 소 모형(가로 190 세로 150cm) 3개를 들여온 주한 스위스대사관은 올해 스위스 바젤 아트페어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전광영씨의 전시회를 축하하기 위해 이를 보내기로 했다.

대사관 측으로부터 이 사업을 위임받은 로렌스제프리스㈜는국립현대미술관에 동의를 구했다. 그러나 돌아온 반응은 “정부 기관은 축하 화환을 받을 수 없게 되어 있기 때문에 이에 해당하는 소 모형도 받을 수 없다”는 차가운 거절뿐이었다.

이번에 스위스에서 들여온 소 모형은 1998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제작된 812개 중 하나. 이 소 모형들은 미국 시카고와 뉴욕에서 거리 퍼레이드와 미술관 축하용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국립현대미술관에 보내질 예정이었던 소 모형의 이름은 ‘한이무’(한국을 뜻하는 ‘한’과 소울음의 의성어 ‘무’의 합성어). ‘한이무’는 국내 문화 행사 축하용이고, 다른 한 개는 8월1일 스위스 건국기념일에 맞춰 판문점 내 스위스 중립국감독위원회 사무실 앞에 전시될 예정이다.

스위스대사관 김지인 공보관은 “‘한국방문의 해’도 있고 해서 스위스 국민의 뜻을 모아 예술행사를 축하해주려 했는데 섭섭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정부 기관이긴 해도 그 이전에 문화와 예술을 보여주는 곳이다. 예술를 다루는 사람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경직된 자세다. 스위스의 소 모형을 허례허식으로 간주해 거절한 것은 열린 자세가 아니다. 결과적으로 국가간 호의를 무시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정준모 학예연구실장은 “스위스 정부가 우리 국가기관을 매개로 자기 나라 홍보만 하려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jk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