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원장관(왼쪽)의 보고를 받지 않겠다고 하자 임장관이 박명환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27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에서 여야의원들은 금강산 관광사업 지원을 위해 한국관광공사에 남북협력기금을 대출해주기로 한 정부 방침을 놓고 격돌했다. 이 바람에 회의가 열리기는 했으나 통일부로부터 ‘남북협력기금 대출에 관한 보고’조차 받지 못했다.
▽박명환(朴明煥·한나라당) 위원장〓그동안 남북협력기금 사용 문제는 비공식으로 보고해왔으나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오늘은 공식적으로 다루기로 했다.
▽김용갑(金容甲·한나라당) 의원〓임동원(林東源) 통일부장관 보고의 성격이 어떤 것인가. 알고나 있으라는 것인지, 아니면 반대하면 바꿀 수 있다는 것인지 분명히 해달라. 이달말까지 현대의 금강산 관광사업 미납금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보고를 받을 수 없다.
▽문희상(文喜相·민주당) 의원〓작년 12월 남북협력기금 추경예산안을 의결한 바 있다. 기금운영계획에 대한 사전심의를 거친 것이다. 김 의원 주장은 정부의 예산집행권에 간섭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조웅규(曺雄奎·한나라당) 의원〓정부는 금강산 관광사업을 정경분리 원칙에 의해 하겠다고 말해 왔다. 정부가 주도한 일도, 개입한 일도, 지원할 일도 없을 것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남북협력기금 사용은 신의를 저버린 것이며, 국민에게 거짓말하고,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장성민(張誠珉·민주당) 의원〓야당의 주장은 사전동의를 요구하는 것인데 그것은 안된다.
▽김용갑 의원〓기금 사용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에게 필요한 돈을 주자는 뜻이다.
▽김덕룡(金德龍·한나라당) 의원〓가장 큰 문제는 통일부의 국회에 대한 태도다. 통일부가 22일 상임위에서 현대와 관광공사측이 아직까지 남북협력기금 지원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는데 다음날 발표가 됐다. 국회를 무시하고 거짓 보고한 것이다. 국민혈세로 특정기업을 도와주겠다는 각본이다.
▽임 장관〓(임장관의 사과문제로 격론끝에 정회가 선포된 후 여당의원들에게) 그동안 상임위에서 3번이나 보고하고 답변했다. 야당의원들이 내 저녁 답변도 안 듣고 속기록도 안보고 말하고 있다. 오늘 속기록도 가져왔다. 그런데 내가 거짓말을 한다니 말도 안된다.
▽조웅규 한나라당 간사〓임 장관이 불성실했던 것에 대해 사과하고 회의를 속개하자.
▽문희상 민주당 간사〓불가능하다. 우리가 용납 못한다.
▽박명환 위원장〓남북협력기금이 관광사업에 들어가면 국민 폭동이 날 것이다.
▽문희상 간사〓속개를 할지 말지 위원장이 결론을 내달라.
▽박 위원장〓속개가 어렵다.
(이어 한나라당 의원들은 남북협력기금 대출에 반대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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