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한겨레신문 자회사였던 한겨레리빙㈜을 조사대상에서 아예 제외하고 ‘거짓 해명’까지 했던 것은 “정부당국의 언론사 조사가 형평성을 잃었다”는 지적에 대한 입증 사례로 꼽힐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가 동아일보 등 정부의 실정(失政)을 비판해온 일부 언론사에 대해서는 지나칠 만큼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 반면 정부의 언론사 조사에 대해 우호적 보도를 해 온 언론사에 대해서는 ‘솜방망이 조사’를 벌였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 한겨레신문은 기본적인 사실도 확인하지 않고 공정위의 잘못된 해명만을 토대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를 비난했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공신력에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왜 한겨레리빙은 조사대상에서 제외했나〓공정위가 동아일보 등 일부 주요 신문사는 샅샅이 뒤져 무거운 과징금을 물리면서 왜 한겨레신문과 이 회사의 자회사였던 한겨레리빙 사이의 부당내부거래에 대해서는 조사도 하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 의혹시되고 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이번 논란이 처음 보도된 25일 밤 ‘해명자료’를 내고 “적자가 누적돼 청산됐거나 현재 존재하지 않는 회사는 조사 실익이 없기 때문에 시정조치 및 과징금 부과대상에서 계속 제외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정위가 과거 청산됐거나 매각된 회사에 대해서도 부당내부거래조사를 벌였으며 일부 모기업에 대해서는 과징금까지 부과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공정위의 이같은 ‘해명’은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더욱이 98년 9월 생활정보지 단체인 한국생활정보신문협회(회장 남상영)가 공정위에 일간신문사들이 생활정보지를 발행하는 것을 중단하도록 해 달라고 탄원한 바 있다. 공정위가 한겨레리빙의 상황을 오래 전부터 알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증거다. 특히 조사도중 “한겨레리빙에 문제가 많다”는 외부 첩보가 공정위에 접수됐다고 공정위 당국자가 인정하기도 했다.
잘못했지만 조사실익이 없으니 ‘과징금을 면제해 준다’는 것과 처음부터 ‘조사할 필요가 없다’고 대상에서 빼준 것은 명백히 다른 것이다.
공정위의 이런 ‘봐주기 조사’의혹은 한겨레신문에 물린 과징금 총액이 동아일보의 413분의 1에 불과한 1500만원이었다는 점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한겨레신문은 정부당국의 언론사조사를 지지했고 특히 공정위의 활동에 대해 우호적인 보도를 했다.
공정위는 27일 뒤늦게 25일에 내놓은 ‘해명자료’의 문제점을 인정하면서 “실무자가 급하게 해명하느라 실수를 한 것 같다”며 “그러나 한겨레리빙을 조사하지 않은 것은 자체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다시 군색한 해명을 했다.
▽한겨레리빙의 존폐여부도 논란〓공정위는 한겨레리빙㈜이 99년 6월15일 적자누적으로 청산돼 현재는 있지도 않은 회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겨레신문의 자회사로 출발했던 한겨레리빙은 99년 6월 제3자에게 넘어가긴 했으나 여전히 존재하는 법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겨레리빙의 한 관계자는 “한겨레리빙은 99년 6월 이후 한겨레신문의 자회사는 아니지만 여전히 정기간행물 및 사업자등록증을 가진 법인”이라며 “한겨레신문이 우리와의 관계를 감추려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새로운 수익사업을 위해 ‘한겨레리빙’이라는 상호를 다시 가져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겨레신문측은 “한겨레리빙은 사업자 등록증 등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하지만 사무실도 종업원도 매출도 없는 유령회사”라면서 “실체가 없는 회사를 조사대상에서 뺀 공정위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겨레신문, 기본 사실 확인했나〓한겨레신문측은 26일자에서 ‘문을 닫은 회사는 실익이 없기 때문에 아예 조사를 하지 않는다’고 보도해 공정위가 한겨레리빙 관련 사안을 조사하지 않은 것을 정당화했다. 또 27일자에서는 ‘98년 8월 이후 문닫은 계열회사나 관계회사를 조사한 적은 단 한차례도 없다’며 사실과 달리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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