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하려면 실책을 줄여라.”
제55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동아일보사 대한야구협회 공동주최) 참가팀들에 떨어진 ‘지상 과제’다. 이번 대회에선 유난히 실책으로 결정적인 승부가 갈리는 경기가 많기 때문.
26일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지난 대회 우승팀 경기고는 16강전에서 실책을 연발하며 동산고에 덜미를 잡혔다. 경기고는 2-1로 앞선 6회 1학년 투수 김웅비의 연속 3개의 폭투로 동점을 허용했고 2-4로 뒤진 8회 말엔 중견수가 뜬 공을 어이없이 놓쳐 추가 실점해 추격의 기회를 완전히 놓쳐버렸다.
이어 열린 경기에서 중앙고는 3-4로 뒤진 2사 만루의 역전찬스에서 2루주자 한상훈이 투수 견제구에 걸리는 어이없는 범실로 패배를 자초했다. 휘문고와 대전고의 8강전에선 대전고 2루수 심선호가 혼자 4개의 실책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 19경기에서 나온 실책은 모두 51개. 경기당 평균 2.68개꼴이다. 오히려 1회전경기보다 하위팀들이 한차례 걸러진 16강전과 8강전으로 갈수록 결정적인 실책으로 게임을 망치는 경우가 잦은 형편.
상대적으로 실책이 적은 팀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8강에 오른 선린인터넷고는 유일하게 무실책 경기를 펼쳤고 4강에 진출한 포철공고는 2경기를 통해 실책이 한 개밖에 되지 않는다. 4강전에서 1점차로 아깝게 패하긴 했지만 박찬호의 ‘스승’ 안병환 감독이 이끄는 서울고는 그리 강하지 않은 투타전력에도 탄탄한 내외야 수비로 선전을 했다. 이는 범실이 적고 기본기가 충실한 팀들의 승률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물론 실수는 플레이가 설익은 학생야구의 ‘양념’. 이 때문에 프로야구에선 볼 수 없는 드라마틱한 역전승이 펼쳐지기도 한다. 팬들은 끝까지 승부를 알 수 없다는 점에서 흥미만점이지만 성적에 대한 부담을 가지는 학교관계자와 감독들은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실수 때문에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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