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형제 이상으로 우애가 깊어요.”
대전고 졸업반 외야수 육근형(18)과 2년생 투수 겸 야수 육정현(17)은 평소 친형제로 오해를 자주 받았다.
드문 성을 갖고 있는 데다 이름의 마지막 자까지 비슷한 것. 얼굴도 닮은꼴이어서 한지붕 아래 한가족으로 알기 십상이지만 엄연히 한 살 차의 선후배 사이.
대전고와 휘문고의 황금사자기 준준결승이 열린 26일 밤 서울 동대문구장. 이날 후배 육정현은 5번 타자에, 육근형은 6번에 나섰다. 전광판에 이들의 이름이 아래위로 나란히 새겨지면서 또다시 눈길을 끌었다. 등번호도 육근형이 10번을, 육정현은 11번을 달았고 포지션도 중견수와 우익수로 나란히 서 있어 이래저래 붙어 다니는 듯 보였다. 하지만 육근형은 왼손잡이인 반면 육정현은 오른손을 쓴다. 키도 한 살 어린 육정현이 1m83으로 9㎝나 더 크다.
이들이 처음 한솥밥을 먹게 된 것은 육근형이 99년 충남중을 졸업하고 대전고에 들어간 뒤 지난해 한밭중 출신의 육정현이 그 뒤를 따라 1년 후배가 되면서부터. 당시 주위에서 ‘동생 아니냐’는 얘기를 자주 들은 육근형은 1남1녀의 막내로 동생이 없어 육정현을 마치 친동생처럼 잘 대해 줬다고.
대전고 송인식 감독은 “둘 다 야구 소질이 뛰어나며 늘 사이좋게 지내 팀워크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휘문고에 패해 4강 진출에 실패한 뒤 똑같이 아쉬운 표정을 지은 육근형과 육정현은 “함께 있는 동안 더욱 열심히 뛰며 힘을 합치겠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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