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프로야구 다승왕 판도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정국. 확실한 게 있다면 누가 돼도 새 얼굴이라는 점이다.
26일 현재 8승으로 공동선두에 올라 있는 3인방 중 삼성 임창용, LG 신윤호, 롯데 손민한은 그동안 다승왕과는 거리가 멀었다.
95년 데뷔한 임창용은 본격적으로 1군무대에 올라온 96년 7승을 올린 게 그동안 선발 경력의 전부. 이듬해 구원으로 전업한 그는 98년 소방왕에 오른 것을 비롯해 지난해까지 사상 최초의 4년 연속 30세이브포인트를 기록했다.
임창용은 시즌 초 매 경기 공 30개 안팎을 던지던 구원 전문투수가 과연 선발투수로 변신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의심을 받았으나 26일 대전 한화전에서 자신의 첫 완투완봉승을 따내며 주위의 걱정을 불식시켰다.
올시즌 선두를 달리고 있는 삼성의 팀 전력으로 볼 때 가장 강력한 다승왕 후보인 그가 다승왕이 된다면 프로야구 20년 사상 처음으로 구원왕이 나중에 다승왕까지 차지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된다.
한화의 송진우가 92년, 구대성이 96년 다승왕과 구원왕을 동시에 거머쥐었지만 이들은 엄격히 말해 선발 전문투수였고 95년 구원왕이 된 해태 선동렬과 97년 LG 이상훈은 선발로 프로에 입문, 다승왕이 된 뒤 나중에 구원왕을 차지했다.
8년 무명 설움을 딛고 올해 구원투수로 8승을 올린 신윤호도 ‘김성근식 야구’가 꽃을 피운다면 다승왕도 넘볼 수 있다는 예상이다. 마운드의 벌떼 작전으로 유명한 김성근 감독대행은 97년 쌍방울 시절 중간계투인 김현욱(현 삼성)을 사상 최초로 다승왕에 오르게 하는 특이한 마운드 운용으로 쌍방울 돌풍을 일으켰다.
다승 3인방 중 유일하게 선발로만 뛰었던 손민한은 지난해 12승으로 다승 7위에 오른 전력이 있지만 하위권에 처져 있는 롯데의 팀 성적이 최대 걸림돌. 불펜이 약해 7이닝 이상을 책임져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
한편 이들 외에도 7승그룹에는 삼성 배영수, 현대 마일영 전준호와 SK 이승호 에르난데스가 포진해 올 다승왕 싸움은 그 어느 해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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