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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랍 휴스 칼럼]벼랑 끝에 선 브라질

입력 | 2001-06-27 19:40:00


요즘 한국과 일본에서 비가 내리는 것을 보면서 ‘내년 월드컵에서도 비가 오지 않을까’ 를 걱정하는 한국의 독자가 많지 않을까? 느닷없이 날씨 이야기를 꺼낸 것이라면 용서하시라. 영국인들 사이에서 날씨 이야기로 대화를 꺼내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다.

영국에서 비를 맞으며 경기를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당면한 문제는 월드컵 예선을 통과해 한국에서 뛰는 것일 뿐이다. 잉글랜드 선수들은 지금 시즌을 마치고 휴식기에 접어들었다. 8월이 돼야 새 시즌이 시작되고 9월1일에는 뮌헨에서 월드컵 예선전으로 독일과 운명적인 승부를 벌여야 한다.

요즘 영국은 푸른 하늘이 빛나고 있다. 사실 영국에서 우산없이 외출하는 일은 많지 않다.하늘의 푸른색과 함께 이번 주 나를 사로잡고 있는 색깔은 ‘녹색과 노란색’이다.

‘녹색과 노란색’은 내년 월드컵 출전을 희망하는 두 나라를 상징하는 색이다. 한국에 비가 내리건 햇볕이 따갑건 이들 나라는 월드컵에서 뛰고 싶을 것이다. ‘녹색과 노란색’의 나라 호주는 1974년 이후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채비를 하고 있다. 또 다른 ‘녹색과 노란색’의 나라 브라질은 월드컵 본선에 한 차례도 빠진 적이 없는 경력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를 축구에 반하게 만들었던 ‘위대한’ 브라질은 지금 위기에 처해있다. 우리는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브라질의 플레이를 지켜봤다. 에메르손 레웅 감독은 미처 고향으로 돌아가기도 전에 일본의 나리타 공항에서 휴대폰으로 해임 소식을 들어야 했다.

다음달 1일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서는 ‘보스’로 통하는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신임 감독이 이끄는 브라질의 새 대표팀이 우루과이와 예선전을 갖는다. 만약 브라질이 패하게 되면 남미 지역 5위로 떨어지게 된다. 남미 5위는 본선 진출을 위해 오세아니아 1위인 호주와 플레이오프전을 치러야한다.

나는 브라질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것으로 생각한다. ‘보스’ 스콜라리 감독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감독은 아니다. 그는 축구의 예술적인 측면을 믿지 않는 사람이다. 선수들에게 뛰고 경쟁하는 것만을 지시한다.

그러나 제 아무리 스콜라리 감독이라도 ‘왼발의 달인’ 히바우두에게 어떻게 축구를 해야 하는지를 가르치지는 못할 것이다. 스페인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바르셀로나 소속의 히바우두는 발렌시아를 상대로 3골을 넣었다.

세번째 골 장면을 봤는가? 환상적이었다. 경기 종료 직전 히바우두에게 공이 패스됐다. 그는 가슴으로 공을 높이 띄워 올렸다. 페널티지역 바깥쪽 히바우두는 발렌시아의 골문을 등지고 있는 상태였다. 순간 그는 3피트(약 91㎝)나 뛰어올라 거꾸로 공을 찼고, 그의 머리 뒤로 넘어간 공은 그대로 그물에 꽃혔다. 그런 장면 때문에 우리는 축구를 사랑한다.

브라질 정부는 최근 국내 축구계의 부패에 관한 수개월에 걸친 조사를 마무리했다. 브라질 의회는 리카르도 텍세이라 브라질 축구협회장에게 유죄를 선고할 것을 건의했다.

텍세이라는 이번 월드컵 예선 기간 동안 3명의 감독을 해임한 장본인이며, 25년간 세계 축구를 좌지우지해온 후앙 아벨란제 전 FIFA 회장의 사위이기도 하다. 아벨란제 회장은 축구를 사업으로 바꿔놓았으나 이익만을 추구했을 뿐 축구 본연의 가치를 떨어뜨렸다.

수선한 와중에 브라질은 이번 주말 2002 월드컵 진출의 고비를 맞게 된다. 히바우두와 그의 동료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면 브라질은 파라과이와 에콰도르보다 우위에 설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호주와 승부를 가려야 할 것이다.

페르난도 엔리케 카르도주 브라질 대통령은 25일 “축구에 이기기 위해 모든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그는 브라질 축구의 전통을 이어나갈 것을 브라질대표팀에 당부했다. 브라질 대통령은 “이길 수 있다는 신념이 중요하며, 그것이 승리를 가져오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브라질 선수들이 그 점을 모른다면, 호주 선수들이 승리를 쟁취할 수도 있다. 어쨌든 ‘녹색과 노란색’ 나라의 선수들이 월드컵 무대에 서는 것이다.

robhu@compuser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