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쇼핑 이젠 어떻게…'
헌법재판소가 28일 대형 유통업체들의 셔틀버스 운행을 금지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림에 따라 경기 고양시 일산, 성남시 분당 등 수도권 신도시에서 일대 ‘교통혼란’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헌재의 결정으로 백화점이나 할인점 셔틀버스 운행이 30일부터 전면 중단돼 시내버스나 지하철 등 대체 대중교통 수단이 많지 않은 신도시의 경우 당장 ‘시민들의 발’이 묶일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셔틀버스를 타던 주민들이 너도나도 자가용 승용차를 몰고 나오면 신도시 도로가 극심한 체증을 빚게 되고 이로 인한 물류 및 시간 비용의 증가는 신도시 주민들의 생활상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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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화점 셔틀버스 운행금지 합헌"
▽분노하는 주민들〓현재 9개 대형 유통업체가 도시 전역을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113개 노선 97대의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는 일산신도시의 경우 대체 교통수단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결정이 내려져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고양시가 셔틀버스가 운행되지 않을 것에 대비해 마을버스노선 연장과 순환노선 신설 등의 대책을 마련했지만 노선버스 정류장이 4곳 이상 겹치지 않아야 한다는 경기도 조례에 묶여 아무 것도 이뤄진 게 없다.
주부 이영숙씨(30·고양시 일산구 주엽동)는 “신도시에 교통대책은 마련해 주지 않으면서 대신 주민에게 편의를 제공해준 셔틀버스를 다니지 못하게 하는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며 “주민편의와 복지는 누가 보장해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분당도 사정은 마찬가지. 성남시가 최근 세부적인 교통계획이 수립되는 9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셔틀버스 운행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3개월의 유예 기간 동안에 교통수단이 얼마나 늘어날지 의문이다.
김은영 성남시 새마을 부녀회 회장(62)은 “주민들의 편의는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셔틀버스를 폐지시키는 정부의 의도가 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버스업체들의 로비 때문에 주부들만 고생하게 됐다”고 항의했다.
▽유통업체도 비상〓백화점이나 할인점들은 일단 셔틀버스를 운행할 수 없게 됨에 따라 고객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버스를 놓아 둔 채 별도의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랜드백화점 일산점은 문화센터를 별도의 법인으로 재설립해 인근 건물로 옮긴 뒤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방법이나 아파트 단지 부녀회에 차량을 주고 운영료를 부담하는 등 편법도 고려하고 있으나 추가 비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삼성플라자 분당점은 현재 2200대 규모의 주차공간을 늘리기 위해 인근에 360대분의 주차공간을 확보했으며 추가 확보에 나서고 있다. 심한 타격이 예상되는 식품매장의 손님을 확보하기 위해 주문배달방식인 ‘인터넷식품관’을 활성화하기 위해 현재 취급하는 1400개 품목을 2000여개로 늘리고 있다.
삼성플라자 이남훈 홍보과장(36)은 “버스나 지하철 티켓을 지급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시내버스 업체는 느긋〓이번 헌재의 결정으로 희색이 만면하다. 그동안 공짜 셔틀버스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했던 신도시 지역 노선에서 수익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버스업체 관계자는 “신도시 지역의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해 노선을 신설하거나 연장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백화점이나 할인점들이 편법으로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관행을 뿌리뽑을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