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저녁식사를 마친 뒤 더위를 피해 여섯살짜리 외아들의 손을 잡고 집 근처 공원에 놀러간 회사원 J씨 부부. 파릇파릇 잔디가 돋아난 운동장 주변은 소풍 나온 가족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와, 이런 곳이 있었다니! 자주 오자.”
겨우 자리를 잡고 땀을 식히려는데 아들녀석이 구름다리며 나선형 미끄럼틀, 정글짐 등 갖가지 놀이기구가 있는 놀이터로 쪼르르 달려갔다.
아이와 한시도 떨어지려 하지 않아 평소 ‘고슴도치 엄마’로 불리는 J씨 부인, 행여 다칠세라 어렵게 잡은 자리를 미련 없이 포기하고 뒤따라갔다.
“아무리 봐도 우리 애가 젤 예쁘다. 그치?”
“아무렴.”
얼마나 지났을까. 한 아이가 미끄럼틀을 밑에서부터 거꾸로 올라갔다. 내려오던 J씨 아이는 피하려다 기우뚱. 고슴도치 엄마가 나섰다.
“얘야, 너 왜 그러니? 다칠 뻔했잖아.”
하지만 이번엔 J씨 아이가 금세 배워 따라했다.
“우리 애도 거꾸로 타는데?”
“시키는 대로만 하면 큰 인물이 못된대. ○○야,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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