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맥과이어, 새미 소사, 이승엽. 세 선수의 공통점은 21세기 초반 메이저리그와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홈런 타자라는 것이다. 그런데 SBS TV는 또 하나의 공통점을 찾아냈다. 지난 24일 방송된 스포츠뉴스에서 SBS는 "이들은 모두 팀을 우승시킨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단순한 우연? SBS 스포츠국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홈런왕이 소속된 팀이 우승을 못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홈런을 노리는 타자는 스윙이 클 수 밖에 없고 따라서 집중력이 높아지는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범타로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사실일지도 모른다. 맥과이어는 88년 월드시리즈에서 17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이 해 동료였던 호세 칸세코도 19타수 1안타를 기록, 오클랜드의 '배쉬 브러더스'가 타율 0.060(36타수 2안타)에 그친 것은 꽤 오랫동안 인구에 회자됐다. 새미 소사도 98년 포스트시즌에서 11타수 2안타로 부진했다. 지난해까지 통산 타율 0.308의 이승엽은 4번의 플레이오프에서 0.269의 평범한 성적에 그쳤다. 그리고 SBS는 올시즌 유력한 홈런왕 후보이자 '포스트시즌의 바보' 배리 본즈를 소개하는 친절함을 잊지 않았다.
과연 홈런왕을 보유한 팀은 우승하지 못하는가? 하지만 통계는 다른 말을 하고 있다. 프로야구 19년에서 홈런왕을 배출한 팀이 포스트시즌에서 우승한 적은 모두 6차례. 확률로는 32%다. 다승왕을 배출한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이긴 횟수는 7번. 큰 차이는 없다. 왜 홈런왕을 배출한 팀은 우승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바로 지난해 홈런왕 박경완의 소속팀 현대 유니콘스는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를 석권하지 않았나.
야구는 스타 플레이어 한 명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적은 경기다. 토털베이스볼(Total Baseball)은 선수들의 공헌도를 득점과 승리로 변환하는 공식을 만들어냈다. 이에 따르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히는 베이브 루스가 최고의 시즌에 혼자 힘으로 뉴욕 양키스에 가져다 준 승리는 10승 남짓이었다. 평범한 선수라도 뛰어난 동료들과 우승을 만들 수 있으며, 최고의 선수도 평범한 동료들을 만난다면 우승할 수 없다. 루스 이후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테드 윌리엄스도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를 끼지 못한 채 선수 생활을 마쳤다.
1946년 이후 HOFer들의 정규시즌-포스트시즌 타율 비교
홈런타자
교타자
통산 타율
포스트 시즌
차이
통산 타율
포스트 시즌
차이
행크 아론
0.305
0.390
0.085
루이스 아파리시오
0.262
0.290
0.028
어니 뱅스
0.274
없음
리치 애시번
0.308
0.180
-0.128
자니 벤치
0.267
0.270
0.003
루 브록
0.293
0.391
0.098
요기 베라
0.285
0.274
-0.011
로드 캐류
0.328
0.220
-0.108
조지 브렛
0.305
0.340
0.035
로베르토 클레멘테
0.317
0.320
0.003
로이 캄파넬라
0.276
0.237
-0.039
닐 팍스
0.288
0.375
0.087
올란도 세페다
0.297
0.210
-0.087
조 모건
0.271
0.190
-0.081
래리 도비
0.283
0.237
-0.046
브룩스 로빈슨
0.267
0.310
0.043
칼튼 피스크
0.268
0.260
-0.008
재키 로빈슨
0.311
0.234
-0.077
몬티 어빈
0.293
0.394
0.101
로빈 야운트
0.285
0.350
0.065
레지 잭슨
0.262
0.280
0.018
앨 칼라인
0.297
0.340
0.043
하먼 킬러브루
0.256
0.250
-0.006
랠프 카이너
0.279
없음
미키 맨틀
0.298
0.257
-0.041
에디 매튜스
0.271
0.200
-0.071
윌리 메이스
0.302
0.250
-0.052
윌리 매카비
0.270
0.310
0.040
토니 페레스
0.279
0.180
-0.099
프랭크 로빈슨
0.294
0.230
-0.064
마이크 슈미트
0.267
0.240
-0.027
듀크 스나이더
0.295
0.286
-0.009
윌리 스타겔
0.282
0.280
-0.002
빌리 윌리엄스
0.290
0.000
-0.290
칼 야스츠램스키
0.285
0.370
0.085
다음 질문. "홈런 타자는 포스트시즌에 약한가?" 위의 표는 1946년 이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선수들의 시즌 타율과 포스트시즌 타율을 비교한 것이다. 교타자로 분류된 타자 10명 중 포스트시즌에서 타율이 떨어진 선수는 모두 4명. 확률로는 40%다. 홈런타자로 분류된 타자들은 23명 중 15명이 포스트시즌에서 타율이 떨어졌다. 66%. 포스트시즌에서 홈런타자들이 조금 더 약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기록은 아주 적은 타수를 기준으로 한다는 문제가 있다. 가령 로베르토 클레멘테는 1970년 NLCS에서 타율 0.214에 그쳤다. 1971년 월드시리즈에서는 0.414. 클레멘테는 포스트시즌에 강한 선수인가, 약한 선수인가? 이승엽은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한 개의 홈런도 치지 못했다.(타율은 3할이었다) 그러나 99년 롯데와의 플레이오프에서는 무려 4개의 홈런을 날렸다. 이승엽은 중요한 순간에 적어도 4번은 강했다. 메이저리그에서 70년대를 대표하는 홈런 타자는 레지 잭슨이다. 잭슨이 포스트시즌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는 타율보다 그의 별명 "미스터 10월"을 생각하면 된다. 윌리 메이스는 위의 표에서 홈런 타자로 분류됐다. 하지만 파워와 정교함을 겸비했다고 보는 것이 좋다. 메이스의 포스트시즌 통산 타율은 0.250이다.
메이저리그 통산 최고 타율 기록의 주인공은 타이 캅(0.366)이다. 캅의 포스트시즌 기록은 단 0.262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캅을 '결정적인 순간에 약한' 선수라고 할 수 있을까? 빅 레드 머신의 주역 토니 페레스는 뛰어난 클러치 능력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페레스의 포스트 시즌 타율은 0.180이었다. 요컨대 100타수 미만의 기록으로는 아무 것도 말할 수 없다. 선수의 능력을 알기 위해서는 3,000타수나 4,000타수를 택하는 것이 더 낫다.
마지막 한 마디. SBS는 처음 전제에서 실수를 저질렀다. 마크 맥과이어는 1989년 오클랜드 시절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다. 그해 시즌 타율 0.231의 맥과이어는 LCS와 월드시리즈에서 타율 0.350을 기록했다. 비록 홈런왕은 아니었지만(33홈런, 리그 3위).
자료제공: 후추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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