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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슈/국세청 세무조사 발표]사주 표적조사 인상 짙어

입력 | 2001-06-29 18:23:00

김호익 사무관과 김경수 서기관이 6개 신문사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고 있다


중앙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 및 검찰고발이 일단락됐다. 그러나 법인과 사주가 함께 고발된 동아 조선일보를 비롯해 6개 언론사에 대한 검찰수사 시작, ‘언론 탄압’ 의도 논란 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언론사 세무조사 사건’에서 비롯된 정치권 내부 및 ‘권·언(權·言)’ 갈등이 증폭될 전망이다.

특히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세무조사 결과에 불복, 법적절차를 밟을 계획이어서 과세의 정당성에 대한 ‘길고 뜨거운’ 공방전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언론사들은 이번 조사결과 공개로 회사 이미지에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됐다. 또 중견기업 규모인 언론사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과다한 세금을 물게 됨으로써 언론사 경영의 물적 기반이 흔들리면서 언론자유도 흔들릴 수 있는 어려움에 빠지게 됐다.

언론사 세무조사결과에 대한 정부·국세청주장 및 언론사 반론

정부·국세청 주장

쟁점

반론

-언론개혁에 대한 대책 필요(대통령 신년사)
-5년마다 실시하는 정기적인 세무조사절차에 따른 정례적 행위(국세청)

조사 의도

-대선을 앞두고 비판적 언론 길들이기 및 친여 언론의 의도적 육성
-단일업종에 대한 일괄적인 정기법인세 조사는 이례적

-공평과세 실현차원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적법하고 예외없이 실시

조사강도

-중소기업 규모의 업종에 대해 140일간 조사인력 400여명을 투입한 것은 처음
-사저 차량의 운전기사 급여까지 조사한 지나친 엄격성

-무가지의 20% 이상은 모두 접대비 간주
-일정금액이상 거래처(지국 인쇄소 등)에 지출한 비용이나 물품은 모두 접대비.

무가지

-자의성을 넘어선 ‘조세법률주의’를 어긴 초법성 과세.20%는 세법에도 없는 기준.
-무가지는 ‘접대비’가 아니라 ‘판매부대 비용’

-특수관계자에 대해 과다한 비용을 지급한 것은 세법상 부당행위.

계열사 부당지원

-‘세법상 부당행위’란 ‘경제인의 입장에서 불합리한 거래’.불합리한지 아닌지는 법원판결 전에는 알 수 없음

-증빙없는 경비는 기밀비. 수익으로 간주해 소득세 법인세 부과

무증빙 경비

-언론업계 특성상 활동비 등 증빙불가능 경비 다수발생
-법인세 소득세 동시부과는 이중과세

-불특정상대가 아니면 영업비용으로 불인정,접대비로 간주

영업비

-광고주 등 특정상대로 영업활동이 주로 발생
-영수증 첨부와 관계없이 접대비 간주는 부당

▽비판적 신문사 표적조사 의혹〓국세청은 현정권에 대해 비판적 논조를 보여온 동아 조선 중앙일보에 대해 모두 800억원 이상의 추징금을 물렸다. 이들 3개 신문사의 추징세액은 총 2541억원으로 이번 조사대상 23개 언론사 추징액 총액(5056억원)의 절반을 넘는다. 반면 정부의 언론정책을 지지해온 방송사 등은 고발대상에서 모두 제외하고 세금추징액도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특히 국세청의 이날 기자회견은 주요 신문사 사주(社主)의 부도덕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이벤트’로 비치기까지 했다. 국세청이 공개한 자료의 절반 이상은 ‘사주들의 비자금과 상속 및 증여세 포탈’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물론 신문사는 그동안의 경영관행 등으로 반성할 부분이 없지 않고 실제로 동아일보는 국세청 발표 직후 독자에게 심려를 끼친 데 대해 바로 사과했다. 그러나 주요 신문사 사주를 거의 ‘파렴치범’으로 몰고 간 이날 국세청 발표내용에 대해서는 실체를 비교적 잘 아는 해당 언론사 기자 등 임직원들부터 승복하지 않고 있다.

▽곳곳에 ‘부풀리기 조사’ 의혹〓국세청이 발표한 6개 신문사의 ‘세금탈루 혐의’ 가운데는 ‘과장과 왜곡’이 적지 않았다.

가령 사주 469억원, 법인 227억원 등 총 827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한 동아일보 부분의 몇 가지 사례를 보자. 국세청은 “김병관(金炳琯) 명예회장이 취재조사자료비 명목으로 33억원의 회사자금을 사적(私的) 용도로 빼돌렸다”고 주장하면서 “법인세 등 27억원을 탈루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동아일보사측은 국세청 발표 후 “이 돈은 그동안 국실장 판공비나 우수사원 특별격려비 등으로 지급됐으며 김 명예회장이 개인적으로 유용한 돈은 한푼도 없다”고 임직원들에게 공식적으로 밝혔다.

또 국세청이 ‘주식명의신탁 계약서가 허위로 작성됐다’며 주장한 ‘동아일보의 사주 일가의 증여세 탈루’ 부분도 ‘실체적 진실’과는 많이 다르다. 특히 정부가 98년 한시법인 비상장주식 실명전환법에 따라 실명전환을 허용할 때 적법절차에 따라 주식이 실명전환됐고 당시 국세청은 이를 문제삼지 않았으나 뒤늦게 이번 조사에서 이를 문제삼아 동아일보 사주 일가에 400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는 것. 이밖에 세무전문가들로부터 “대법원 판례나 국세심판원의 결정을 뛰어넘는 무리한 법적용”이라는 지적을 받은 무가지에 대한 세금추징 및 기업회계와 세무회계의 차이에서 오는 가혹한 추징 등도 정부가 ‘신성한 조세권’을 정략적으로 이용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많다. 국세청이 주장하는 주요 신문사의 ‘부도덕성’이 얼마나 부풀려졌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는 많으며 이는 앞으로 법정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사전각본은 없었나〓2월초 세무조사 개시부터 6월 29일 검찰고발까지 일정을 살피면 이번 조사가 순수한 조세 행정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국세청의 주장을 액면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많다.

국세청은 “국세기본법에 따라 검찰에 고발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세무조사결과를 공개할 수 없다”고 수차례 확언해왔다. 그러나 20일 조사대상 언론사의 추징세액 총액을 공개한 데 이어 29일에는 ‘고발대상’으로 분류된 6개 언론사, 특히 정부에 비판적인 신문사에 대한 조사결과를 ‘죄인 다루듯이’ 발표했다.

이 때문에 “국세청이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는 천문학적인 액수를 먼저 공개해 언론 전체에 대해 도덕성을 훼손시킨 뒤 시차를 두고 검찰고발 대상 신문사와 사주를 공개함으로써 특히 정부에 비판적인 일부 신문사가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도록 유도한 느낌”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국세청은 또 그동안의 관례를 깨고 이날 기자회견을 방송사들이 생중계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6개 언론사 조사를 맡은 4명의 조사국장이 돌아가면서 나와 TV카메라 앞에서 1시간 30분 동안이나 해당 언론사의 고발내용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기자회견 날짜도 절묘하다는 분석이 있다. 신문사들이 일요일자를 휴간한다는 점을 이용해 신문사, 특히 정부에 비판적 보도를 해온 일부 주요 신문을 ‘집중성토’하는 시간을 주도록 배려했다는 지적이다.

ey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