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어제오늘 제기된 문제가 아니다. 공익의 대표자인 검찰이 국민의 권익을 옹호하고 권력의 남용을 견제하려면 검찰권의 독립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 검찰은 여전히 중립성 시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엊그제 대검찰청 산하에 ‘특별수사 검찰청’을 신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은 이곳에서 독립적으로 수사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씻어보려는 일종의 자구책이라고 볼 수 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수사검사가 상관의 부당한 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 ‘항변권’을 검찰청법에 신설하고 인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검찰인사위원회에 외부인사를 참여시키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물론 검찰의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와 조직개편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특별수사청이 그렇게 절실한가는 솔직히 의문이다. 검찰의 독립적 지위 확보는 본질적으로 조직이나 기구의 문제가 아니라 검사 개개인의 의지에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현재 사정(司正)업무를 맡고 있는 대검 중수부와 서울지검 특수부와의 업무중복 문제다. 논리적으로는 특별수사청이 발족하면 두 조직은 없애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특별수사청은 옥상옥(屋上屋)이 되고 만다.
특별수사청의 중립성 문제에도 의문이 따른다. 인사와 예산을 대검과는 별도로 운영토록 하고 청장과 차장의 임기(2년)를 보장한다지만 그것이 ‘안전판’이 될 수는 없다. 검찰 중립의 선결 조건이라며 1988년 여소야대 국회에서 검찰총장 2년 임기제를 도입했지만 그 후에도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특별수사청은 어차피 대검 산하 기구인 만큼 검찰총장의 영향에서 벗어나기가 힘들 것이다.
요컨대 새로운 기구의 설치보다는 제도적으로 일선 검사들의 중립의지를 북돋워주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이를 위해 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와 국회의원을 구속할 때는 법무장관의 사전승인을 받도록 한 법무부 예규부터 손질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거듭 강조하지만 검찰 개혁은 기구의 문제가 아니다. 검찰내부의 분발과 자성, 특히 검찰 수뇌부의 중립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