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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말한다]'문화를 알면…' 김중순 한국디지털대총장

입력 | 2001-06-29 18:28:00


“각 나라의 독특한 문화를 모르고 사업진출을 하거나 외교협상을 하면 엄청난 부담과 비용이 따르게 됩니다. 기업들이 해외 경영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지식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최근 ‘문화를 알면 경영전략이 보인다’(일조각)를 펴낸 김중순 한국디지털대 총장(60·사진)은 ‘문화맹(文化盲)’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미국 조지아대에서 인류학 박사학위를 한 뒤 테네시대 석학교수 등으로 35년간 미국에 머물다 지난해 귀국한 김 총장은 기업의 문제점을 인류학적 관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김 총장이 직접 현장조사했던 미국 기업 사례들을 이 책에 풍부하게 제시해 현실감을 높여주고 있다.

“영국이 세계 도처에 식민지를 개척할 때는 인류학자들을 앞세웠고, 세계 시장 개척에 나선 미국 기업들은 상대국에 먼저 나가있던 선교사들에게 그 나라의 문화를 배웠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주재국에 대한 사전 지식이나 준비없이 기업들이 맨앞에서 해외시장을 개척하다보니 시행착오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김 총장은 동남아에 진출한 기업들이 직원 관리 잘못으로 노사분규에 휩싸이는 것도 문화에 대한 이해부족이 큰 원인 중의 하나라고 진단했다. 특히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에는 지자체들이 외국기업 유치를 위한 공단을 만들거나 외국에 주재원을 파견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상대국의 문화에 대한 지식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

김 총장은 또 최근의 철강분쟁을 비롯해 한미간에 통상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도 문화에 대한 상호 이해부족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미국은 ‘공정성’을 강조하는데 비해 우리는 ‘의리’를 중시하는 바람에 오해가 증폭되거나 협상이 지연된다는 얘기다.

김 총장은 “외국어에 능통한 것 만으로는 국제화된 지역전문가가 될 수 없다”면서 “우리 기업들도 더 늦기 전에 체계적인 연수와 훈련을 통해 외국 문화에 정통한 국제기업인을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국의 문화적 특성을 가르칠 수 있는 ‘문화연수원’을 만드는 것이 문화에 대한 몰이해로 입게되는 손해보다 훨씬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

김 총장은 이와함께 국제활동 경험을 기록을 정리해서 다음에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넘겨줘야 해외진출에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된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의 포부는 인류학과 경영학을 결합한 기업인류학을 국내에 널리 보급하는 일이다. 그래야 우리 민족이 다른 나라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턱없는 손해를 보지 않을 뿐아니라 국제사회에서 존경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