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실학탐구, 금장태 지음, 331쪽 1만5000원 소학사
“중세의 조선사회를 지배해 오던 주자학의 낡고 굳어진 허위의식의 껍질을 여지없이 깨뜨리고 합리적 통찰력으로 고증학 서학 등 새로운 사상조류를 다양하게 섭취함으로써, 근대를 향해 사상사의 새로운 방향을 열어 가는 창의적 사유체계를 구축했다.”
조선후기 실학을 집대성했다는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1762∼1836)에 대한 저자의 평가는 ‘창의적 사유 체계’에 초점이 맞춰진다.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인 저자는 정약용의 사상을 ‘탈(脫)주자학적’이라고 규정하는 데 반대한다.
정약용은 주자학을 벗어나는 데 그친 것이 아니라, 당시의 다양한 사상조류에 대한 비판적 수용을 통해 세계와 인간과 사회에 대한 자신의 독자적 안목을 펼쳤다는 것이다.
금 교수에 따르면 ‘천(天)’을 ‘신(神)’으로 규정하며 신앙적 대상으로 인식했다는 점, 인간의 성(性)을 기호(嗜好)로 보았다는 점, 물질 세계와 인간을 분리시켰다는 점 등은 바로 정약용 자신의 독자적 사상이다. 그의 사상은 서학(西學)의 영향을 받긴 했지만 결코 서학이나 어떤 기존의 사상 체계로 환원될 수 없다는 것이다.
금 교수는 다산실학의 기본 영역을 경학(經學), 예학(禮學), 경세론(經世論)으로 나누어 독자적 사상 체계로 정리하고, 중국의 다이쩐(戴震·1723∼1777), 일본의 이토 진사이(伊藤仁齋·1627∼1705) 등과 비교하며 창의적 사상가로서 정약용의 사상사적 위치를 확인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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