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투수의 변신은 ‘무죄’. 올 들어 마무리 투수의 선발 변신이 줄을 잇고 있다.
시즌 초부터 아예 선발로 나온 삼성 임창용과 시즌 중 자리를 바꾼 두산 진필중, SK 조규제가 주인공.
최고의 마무리로 90년대를 풍미했던 이들은 임창용이 98년, 진필중이 99∼2000년, 조규제가 데뷔 첫해인 91년 구원 타이틀을 거머쥔 소방왕 출신. 이들은 모두 명성에 걸맞게 선발투수로도 ‘성공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것이 이채롭다.
먼저 임창용. 95년 프로 입단 후 거의 대부분을 마무리로 뛰었기 때문에 100개 이상의 공을 던져야 하는 선발로서 투구 수 조절에 애를 먹을 것이란 주위의 걱정을 말끔히 씻어냈다.
한때 4월 평균 6이닝을 넘기지 못해 ‘반쪽 선발’이란 악평도 받았다. 그러나 26일 한화전에서 프로 첫 완봉승으로 시즌 8승째를 따내며 다승 공동선두에 올랐다.
진필중의 선발 변신은 ‘자의반 타의반’의 경우. 86∼87년 MBC 김용수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2년 연속 구원왕에 올랐던 그는 올해 전인미답의 3연속 구원왕을 향해 힘찬 출발을 했다. 6월 초까지 14세이브포인트로 삼성 리베라와 구원선두 다툼을 벌이기도 했으나 그동안 여러 차례 이긴 경기를 놓쳐 ‘불지르는 소방수’란 불명예를 안았다.
여기에 팀의 선발진 마저 무너져 떠안다시피 선발로 변신한 그는 16일 LG전 5이닝 무실점에 이어 22일 SK전과 28일 롯데전에서 2경기 연속 승리를 따내며 어느새 팀의 에이스로 우뚝 섰다.
조규제도 팀의 선발 공백을 메우기 위해 등판했다. SK 강병철 감독은 에르난데스-이승호-김원형-김기덕으로 이어지는 4명의 선발진은 훌륭하지만 제5선발이 없어 고민하던 중 결단을 내렸고 조규제는 28일 LG전에서 2년여 만에 선발승을 따내며 화답했다.
반면 이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메우기 위해 마무리로 변신한 투수들은 리베라가 맡고 있는 삼성을 제외하곤 유죄(?)선고를 받았다.
두산은 박명환이, SK는 조웅천과 오상민이 더블 마무리를 하고 있지만 28일 진필중과 조규제가 나란히 선발 등판한 경기에서 곧바로 뒷심 부족을 노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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