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의 언론사 고발조치에 대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시각은 뚜렷이 대비된다. 자민련은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고발조치에 부정적인 편이다.》
▼한나라당 "비판신문에 쇠뭉치로 때려"▼
이회창총재(왼쪽에서 세번째)가 국세청의 언론사
고발조치에 대한 대응책을 당직자들과 협의하고 있다한나라당은 29일 6개 언론사에 대한 국세청의 고발에 대해 “여론을 호도해 마녀사냥식재판으로 몰고가려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국회 국정조사권 발동 관철과 함께 시 도별 규탄대회 개최 등 장외투쟁에 돌입키로 했다.
당 언론자유수호 비상대책특위는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국세청이 6개 고발대상 언론사에 못지 않은 추징액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방송사 및 고발대상이 아닌 신문사들을 감싸주느라 궁색한 논리만 폈다”며 “비판적인 신문에 대해서만 쇠뭉치로 무자비하게 두들겼다”고 주장했다.
회의에서 김만제(金滿堤) 정책위의장은 “(국세청이) 도표까지 그려가며 세세하게 발표를 하고 고발하는 것은 극히 드문 예로 언론사를 파렴치범으로 몰아 창피를 주겠다는 저의가 깔려있다”고 비난했다.
또 임태희(任太熙) 제2정조위원장은 “이번 세무조사가 사주와 회사 간의 거래내용, 출자분 변동내용, 활동비 사용내용 등 언론사 사주에 집중됐다고 한다”며 “철저하게 특정 언론사와 사주를 손보기 위한 세무조사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세청이) 사주의 해외출장일정까지 다 맞춰보고 출장목적과 맞지 않는 일수는 출장일수에서 제외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당 3역회의 브리핑에서 “언론의 사회적 공기로서의 중요성과 언론자유의 훼손을 막기 위한 헌법정신을 존중해 고발된 사주에 대해서는 불구속수사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박종웅(朴鍾雄) 의원은 별도 성명을 통해 “비판적 언론사 사주의 구속은 사실상의 폐간조치나 마찬가지이며, 앞으로 언론이 계엄령 하의 검열언론과 같이 될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jnghn@donga.com
▼민주당, 개별사 비난은 자제…자민련 "12월께 여론 바뀔수도"▼
김중권대표(왼쪽에서 두번째)가 국세청의 언론사
고발조치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민주당은 29일 6개 언론사에 대한 국세청의 고발을 공정한 과세와 법 집행을 위한 노력으로 평가하면서 강경 기조를 이어갔다.
전용학(田溶鶴) 대변인은 원내대책회의 브리핑을 통해 “세무당국이 공정한 조사를 통해 명백한 위법사항만을 고발한 것으로 본다”며 “일부 언론기업과 사주들이 탈세 등 비리혐의로 고발된 데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추미애(秋美愛) 지방자치위원장은 “기업으로서 책임을 묻는 세무조사에 대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언론압살’이라고 하는데 무슨 근거로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이 총재는 ‘늑대가 나타났다’고 계속 외친 양치기소년과 같다”고 비난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한 한나라당의 국정조사 요구도 수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안동선(安東善) 최고위원은 “사법부가 모든 것을 판결한 후에 국정조사 등 입법부의 행동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인사들은 개별 언론사나 사주에 대한 비판적 언급은 가능한 한 피하는 모습이었다.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해 초강경발언을 계속해온 노무현(盧武鉉) 상임고문도 이날은 “이제 검찰수사를 지켜보자”고만 말했다.
한편 자민련 변웅전(邊雄田) 대변인은 “정부와 언론사는 이번 사태가 국론분열과 사회갈등의 증폭으로 국가 장래에 역기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하고 대승적 차원에서 조속히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론이란 게 7월 다르고, 8월 다르고, 9월 다르다”며 “당장은 비판여론이 높겠지만 연말쯤이면 여론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며 (그때가) 이 정부의 고비가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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