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인가 하면 에세이같고, 농담인가 싶다가도 진담이며, 꿈인 듯 한데 현실이고….
이 책은 독특한 것은 무정형(無定型)의 글쓰기 때문. ‘이야기와 에세이와 산문시가 담을 허물고 어울려 노는’ 형식이다.
20여편의 글은 대부분 꿈을 빌어 일상을 성찰하는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콩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사랑했던 연인의 이야기도 그중 한가지. 남자는 머리를 뗀 콩나물을, 여자는 안 뗀 콩나물을 좋아한다는 차이가 둘을 애증의 관계로 만든다. 여기서 ‘똑같은 건 재미없다’는 사랑의 잠언이 나온다.
혹 먹어도 배부르지 않는 구름과자 마냥 속빈 우화집으로 오해받을 만도 하다. 하지만 어떤 에피소드는 풀어서 쓰면 능히 단편소설이 한편 나올 만큼 농밀하다. 사유의 여백을 만들고 자연스럽게 독자를 끌여들이고 있어 읽는 이에게 포만감을 안겨준다.
‘픽션 클럽’(1999년작)으로 유명한 작가 이상운씨는 소설가 성석제 원재길과 연세대학교 문우지간이다. 이들을 한 두룸으로 묶는 것은 재기 가득한 풍자정신. 이 책의 풍자는 성석제보다는 덜 소란스럽고, 원재길보다는 덜 의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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