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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유통업체 셔틀버스 중단 신도시 주말 표정

입력 | 2001-07-01 18:48:00

일산신도시 롯데백화점 주변도로에 쇼핑객들이 이중 삼중으로 주차한 모습


대형 유통업체들의 셔틀버스 운행이 전면 금지된 이후 첫 주말을 맞은 수도권 신도시 주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특히 유예 기간 없이 지난달 30일부터 셔틀버스가 끊어진 일산 신도시에서는 백화점과 할인점 주변 도로가 불법 주차 차량들에 점령돼 인근 도로가 마비되는 등 큰 혼란을 빚었다.

주민들은 대체 교통수단을 마련하지 않은 채 셔틀버스 운행이 중단된 데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유통업체들은 학원 병원 등의 무료 셔틀버스 등과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부설 문화센터 등을 별도 법인으로 등록해 셔틀버스를 운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백화점 주변은 주차장〓1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구 장항동 롯데백화점 주변은 자가용을 몰고나온 주민들로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이 백화점 바깥 공터는 운행을 멈춘 셔틀버스들로 가득차 있었다. 주변 이면도로에는 차량들이 이중 삼중으로 불법주차돼 있었다. 백화점 지하주차장을 이용하려면 들어가고 나오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걸려 많은 주민들이 아예 불법주차를 선택했던 것.

이 백화점에서 쇼핑하던 장성근씨(35)는 “맞벌이 부부라 휴일에 물건을 많이 사기 때문에 셔틀버스가 없으면 부득이 차를 가져와야 한다”면서 “주민들의 편의를 생각한다면 셔틀버스를 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분당은 안양 의왕시 등 시 외곽으로 운행하는 셔틀버스만 중단돼 유통업체의 매출이 줄거나 자가용 이용 증가 등에 따른 교통혼잡은 없었다. 그러나 셔틀버스 운행이 중단된 평촌 의왕 과천지역 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의왕시 주민 이경희씨(37·여)는 “앞으로 차가 없으면 쇼핑은 꿈도 못 꾸게 생겼다”면서“소형차라도 사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분당과 인접한 용인 수지와 구성지역은 시내버스 노선이 신설되는 4일부터 셔틀버스운행이 중단된다.

죽전 취락지구 동성아파트 주부 최모씨(35)는 “버스노선이 생기더라도 제대로 운행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왜 유통업체 셔틀버스만 서야 하나〓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으로 지난달 30일부터 시행된 개정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형평성 시비가 일고 있다. 이 법은 유통업체의 셔틀버스 운행만 규제할 뿐 학교 학원 교회 체육시설 금융기관 등의 버스운행은 허용하고 있기 때문.

유통업체 관계자는 “백화점이나 할인점 셔틀버스는 안되고 학원 병원 스포츠센터의 버스는 괜찮다니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면서 “문화센터를 별도 법인으로 재설립해 인근 건물로 옮긴 뒤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방법 등을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행정당국은 유통업체가 아닌 시설의 셔틀버스 운행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어 유통업체의 편법 셔틀버스 운행이 고개를 들 것으로 예상된다. 고객을 잃지 않으려는 유통업체들이 스포츠센터나 문화시설을 별도 법인으로 설립해 기존 셔틀버스의 명의를 바꿔 운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법에 따라 유통업체의 셔틀버스를 규제하겠지만 별도 법인으로 등록한 문화센터 등에서 운행하는 셔틀버스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한편 고양시는 셔틀버스 운행이 중단된 지난달 30일부터 관계 공무원들을 주요 도로와 유통업체 주변에 배치시켜 불법운행 여부에 대해 조사를 벌였으나 단 한건의 위반 사례도 없었다고 밝혔다. 셔틀버스를 운행하다 적발되는 유통업체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