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간 나를 이끌어 준 스웨터 한 벌.”
지금 세상은 온통 정보기술(IT) 산업에 중독돼 있다. 이메일과 인터넷에 의존하는 우리의 생활도 첨단을 걷고 있다. 나는 이러한 첨단시대에도 패션섬유 산업에서 일하고 있다. 13년전 많은 사람들이 사양산업이라고 치부하던 섬유 회사에 들어와 지금껏 여기에 푹 빠져 살고 있다.
결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많은 일들을 겪었지만 나는 처음으로 스웨터 한 벌을 직접 만들었을 때의 감격을 잊을 수가 없다. 남자들도 힘이 들어 포기하는 일이 많았던 섬유 수출 영업. 그 무역회사에 입사했던 13년전, 그 때 나는 사회에 첫 발을 뗀 신입 사원이었다. 그 때 나는 전문 지식은 없지만 용기와 배짱으로 무장하고 열심히 일을 배웠다.
입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용인에 위치한 스웨터 생산공장에서 일주일간 실습을 하고 있을 때였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스웨터를 만들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그 때 서투른 솜씨로 스웨터를 짜고 꿰매서 내 손으로 옷을 만들었던 그 느낌은 아직도 어제 일인 것처럼 생생하다.
이 느낌은 내 일을 하는데 원동력이 됐다. 처음으로 미국 바이어와 상담을 하게 됐을 때 3일 밤을 꼬박 새워가며 준비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첫 오더를 받아 냈을 때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과 감격이 넘쳤다. 마치 내가 만든 스웨터를 파는 것 같은 흥분에 몸을 떨었다.
그 이후 경기에 특히 민감한 섬유 산업의 속성 탓에 질곡 많은 직장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지만 그런 때일수록 내가 만들었던 처음이자 마지막 스웨터의 감촉을 기억하며 이겨냈다. 나는 지금도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내 기억 저편의 한 벌의 스웨터를 생각해 낸다. 신입사원 시절, 처음으로 옷을 만들어냈던 그 때의 그 마음을 기억하며 섬유산업 발전을 위해 오늘도 내 일에 충실하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