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M대학에서 정년퇴임한 조모 교수(65·여)가 후배 교수들과 식사모임을 가졌다. 조교수가 달고 나온 브로치에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웬 거예요? 굉장히 예쁘네요?”
“제자가 준 거예요. 이제껏 제가 받은 선물 중에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조교수는 40여년 전 여자중학교에 근무한 적이 있다. 3학년 담임교사 시절 졸업식 당일까지 졸업앨범비를 내지 않은 학생이 2명 있어 애를 태웠던 적이 있었다.
“반장, 애들이 오늘도 앨범비를 안냈니? 그냥 내 돈으로 메워야겠다. 사정이 있겠지 뭐.”
“아무리 제 친구들이지만 너무한 것 같아요.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그로부터 40여년이 지나고, 조교수의 정년퇴임기사가 신문에 실렸다. 예전에 학급비를 걷었던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반장’이 조교수를 찾아왔다. 금일봉과 브로치를 들고.
“선생님, 꼭 만나 뵙고 싶었어요. 앨범비 여기 있습니다. 받아주세요.”
“앨범비?”
“40여년 동안 한번도 맘 편한 적이 없었어요. 그때 제가 ‘삥땅’을 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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