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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근기자의 여의도이야기]모처럼의 휴가 주식걱정에'뒤척'

입력 | 2001-07-02 18:47:00


여름 휴가를 흔히 바캉스(vacance)라고 부른다.

프랑스어인 이 단어의 원래 뜻은 ‘공석’ ‘결원’ 등으로 뭔가가 있어야할 곳이 비어있음을 가리킨다. 프랑스는 여름이면 장기간 휴가로 도시가 한산해진다. 그런 연유에서 이 말이 여름 휴가를 뜻하는 말로 자리잡았다.

프랑스인은 휴가를 가장 휴가답게 보내는 민족으로 이름이 높다. 프랑스인들에게 ‘휴가를 어떻게 보내느냐’고 물어봤더니 ‘평소보다 더 자주 섹스를 한다’ ‘한가로이 산책을 한다’ ‘친구들과 느긋하게 술 한잔 기울인다’ 등의 대답이 대다수였다는 한 조사 결과가 떠오른다.

우리나라도 경제 수준이 높아지면서 바캉스철이면 전국의 피서지가 몸살을 앓는다. 그런데 주식 열풍이 일면서부터 묘한 풍속도가 생겨났다.

얼마전 만난 한 친구의 말이 걸작이다. 근무 시간에는 눈치가 보여 못하는 데이트레이딩을 원없이 한번 해보겠다는게 아닌가.

이 친구 정도는 아니라도 휴가철이면 주식 걱정을 하는 사람이 적지않다. 휴가래야 고작 1주일 정도지만 한국 시장은 워낙 변동성이 심하기 때문에 주식을 팔고 가야하는건지 아닌지 고민을 하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아예 휴가지에서도 단말기나 휴대폰으로 늘 주식시장을 체크한다.

통계상으로 볼 때 미국에서는 과거 25년간 여름철 주가지수가 연중 다른 기간에 비해 저조했다. 한국은 이와 반대로 15년간 7월의 주가지수 평균상승률이 3.3%로 1,3월에 이어 가장 높다.

한국의 통계치에 근거해서 휴가전 주식을 더 사는게 좋을지, 미국 시장과의 연동성을 감안해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는게 나을지 헷갈려서 전문가들도 선뜻 어느 한 쪽으로 조언을 못한다.

어차피 헷갈리는 상황이라면 휴가의 본래 의미에 충실해보는게 어떨까. “증시 생각에 휴가를 제대로 보낸 기억이 없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더라”는 여의도의 한 인사의 말은 새겨들을만 하다.

영국에서는 여름 휴가를 할러데이(holiday)로 부른다. 이 단어가 들어간 영화 가운데 ‘로마의 휴일’이 생각난다. 지겨운 일상을 탈출한 앤공주(오드리 헵번)는 신문기자 죠(그레고리 펙)와 평생 잊지 못할 1박2일을 보낸다. 싹뚝 자른 머리를 찰랑거리면서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아무 걱정없이 로마의 거리를 쏘다니는 그녀의 하루가 휴가의 참 모습이 아닐까.

원없이 데이트레이딩을 해보고 싶다는 친구에게 한 마디 해주고 싶다. 주식의 ‘주’자도 생각하지 말고 무조건 떠나라고. 이왕이면 클리프 리처드의 ‘썸머 홀리데이’를 부르며.

‘우린 여름휴가를 떠난다네. 1주일이나 2주일동안은 아무 일도 않는다네. 그저 크게 웃으며 즐길 뿐이지.’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