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아줌마’는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을까. 직장인 김모씨(32)는 “지하철에 빈 자리가 나면 잽싸게 뛰어가는 사람”이라고 단언한다. 김씨는 “술취해 길거리에서 소변을 볼 때도 아줌마가 지나가면 창피하지 않다”며 아줌마의 중성적(中性的) 이미지를 말한다. ‘주책없고 극성스러우며, 교양 없는 여성’으로 비춰지는 아줌마. TV를 비롯한 대중매체는 얼마 안되는 월급으로 남편 체면 세워주고, 딸에게 화장품을 사주면서 자신은 샘플용 로션만 쓰는 우리의 아줌마들의 ‘긍정적 모습’에는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은 광고업계에서도 마찬가지. 수다장이 역에 단골로 등장하는 것은 물론 깔끔하고 지적인 이미지의 대명사였던 여성 탤런트들도 결혼 후엔 ‘푼수’ 역할로 시청자를 웃겨야 했다.
최근 그런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광고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광고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여자다움’과 ‘세련됨’이다.
SK건설의 ‘SK 뷰’ 아파트 광고엔 우아하고 수줍은 자태로 거울을 통해 집안을 둘러보는 아줌마가 등장한다. 이어 시작되는 그녀의 독백. “여잔 여잔가 봐요. 아름다움 앞에선 정신없이 흔들려요. 홀린것처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여성의 본능과 ‘아름다운 아파트’란 메시지를 연결시켜 타깃을 아줌마들의 공감대를 얻어내는 것이 광고의 의도다.
한국통신 ‘Let’s KT’는 지적인 이미지의 이영애를 내세워 자기개발에 힘쓰는 새내기 주부의 모습을 그린다. 바쁜 집안일을 마치고 노트북PC로 영어공부를 시작하는 그녀. “주부의 일도 소중하지만 난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많다”는 독백은 여성들을 사로잡는다. 이 작품은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 여름호가 뽑은 좋은 광고에 뽑히기도 했다. 이프는 좋은 광고로 선정한 이유를 “빨래, 설거지, 밥, 청소, 다림질…. 살림하면서 ‘뺑뺑이’치는 여자의 모습은 정말 지겨워…. 이제 이 여자는 집안일을 내던지고 영어공부를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제일제당 ‘다시다’ 또한 이지적이고 고상한 중년 주부를 등장시켰다. 저녁을 준비하는 아내에게 “늦는다”는 남편의 전화가 온다. 그녀는 ‘불위의 된장찌개가 울고 있다’고 되뇌인다. 시(詩)적인 메시지를 통해 감성적이고 수준높은 주부의 모습이 연출된다.
광고업계가 ‘우아한’ 아줌마를 내세우는 것은 사실 ‘철저한 계산’의 결과다. 모 광고회사가 발표한 ‘아줌마에 대한 연구’ 보고서는 주부들을 △멋에 살고 멋에 죽는 폼생폼사형 △얼굴에 철가면을 쓴 아생피사(我生彼死·나살고 너죽자)형 △정보 없이는 살수 없는 꼼생꼼사형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가생아사(家生我死·가족은 살리고 나는 죽는다)형 등 4개 집단으로 분류했다. 이 보고서의 핵심은 ‘요즘엔 아줌마 성향을 탈피한 주부도 꽤 많다“는 것.
따라서 우아한 아줌마를 그린 광고는 “주부의 성향에 따라 차별화된 마케팅 방식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상품을 최대한 많이 팔리게 하는 게 광고의 목적이니까. 하지만 어찌됐든, 아줌마란 단어가 지녔던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데 광고가 일조를 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afric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