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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크루그먼 칼럼]오만한 MS 독점 횡포

입력 | 2001-07-02 18:47:00


미국 항소법원의 판사들이 마이크로소프트 사건에 대한 판결문을 쓰고 있을 때, 혹시 그들의 컴퓨터 화면에 ‘도움이 필요합니까’라는 애니메이션 화면이 뜨지는 않았을까? 사실 마이크로소프트 사건은 누군가의 도움 없이 혼자 이해하기에는 매우 복잡한 사건이다.

문제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 인터넷을 통해 냄새를 전송하는 방법이 개발되었다고 상상해보자. 이 방법을 이용하는 컴퓨터 사용자들을 위해 여러 회사가 냄새 파일을 찾아서 ‘.snf’ 포맷으로 다운로드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소프트웨어들을 내놓는다. 그런데 이 때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 ‘.sml’ 파일포맷을 내놓는다.

이 때 마이크로소프트에는 어떤 규칙이 적용될 수 있을까? 극단적으로 말해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음 내키는 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윈도 미디어 스니퍼(sniffer·냄새 탐지기)가 작동할 수 있는 새로운 컴퓨터 운영체계를 내놓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쟁사들은 그렇게 할 수 없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컴퓨터 운영체계 시장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반대쪽 극단으로 시각을 옮겨 보자.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체적인 스니퍼를 내놓지 못하게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지난번 재판에서 토머스 잭슨 판사가 내놓은 해결책이 바로 이런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항소법원이 잭슨 판사의 판결을 뒤집은 것은 이 방법이 소비자들에게도 커다란 불편과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두 가지 극단 가운데 어디쯤에서 해결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 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운영체계에 끼워 팔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어떤 것이냐 하는 점이 될 것이다.

이번 법원의 판결을 필자가 이해하기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스니퍼를 운영체계에 공짜로 끼워 파는 데에는 문제가 없지만, 이 스니퍼가 ‘.sml’ 파일만 읽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면 문제가 된다. 이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적인 파일포맷인 ‘.sml’이 엄청나게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에 새로 시판되는 윈도 XP에 자사의 독점적인 포맷으로 되어 있는 음악과 비디오만을 재생해주는 윈도 미디어 플레이어를 포함시켰다. 독점에 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런 행동은 거만하기 짝이 없다.

잭슨 판사가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영진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은 바로 이 거만함을 지적한 것이다. 이제 잭슨 판사의 주장이 틀렸음을 증명하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몫이 되었다. 만약 이를 증명하지 못한다면, 그들은 다시 법정에 서게 될 것이며 이번에야말로 커다란 매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

(http://www.nytimes.com/2001/07/01/opinion/01KRUG.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