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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로셰비치 심리 시작…대통령출신 첫 국제법정 단죄 눈앞

입력 | 2001-07-02 18:55:00


《‘발칸의 독재자’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연방 대통령이 3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전범재판소 법정에 서게 된다. 그는 국가 원수 출신 가운데 국제 법정에서 단죄를 받게 된 첫번째 인물이 됐다. 밀로셰비치는 보스니아, 코소보 등 과거 공산 체제하의 구 유고 연방 내에서 일어난 전범행위를 다루기 위해 유엔이 설치한 ‘구 유고 전범재판소(ICTY)’에 지난달 28일 넘겨졌다. 》

밀로셰비치는 3일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40평 규모의 특별 법정에서 코소보의 알바니아계 주민 학살 등 네가지 반인도적 범죄 혐의에 대해 심리를 받게 된다.

심리에는 리처드 메이 재판장, 카를라 델 폰테 수석검사, 밀로셰비치의 변호인단이 참여한다. 코소보 희생자 유족 등 130여명의 방청객은 방탄 유리로 격리된 방청석에서 심리 과정을 지켜보게 된다.

밀로셰비치가 기소 혐의를 부인하면 ICTY는 30일 내에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하게 되며 최종 판결이 내려지려면 1년 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4.5평 규모의 특수 감방에 수감된 밀로셰비치는 “이번 심리는 합법적이 아니며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CNN방송이 1일 전했다. 특히 그는 ICTY에 인도된 후 처음으로 1일 첸코 토마노비치 변호사와 접견한 자리에서 “영국과 프랑스 등 서방국가는 집권 기간중 밀약을 통해 나를 지지해왔다”면서 이 사실을 폭로해 무죄를 증명하겠다고 큰소리 친 것으로 알려졌다.

밀로셰비치 전범 관련 일지 및 향우 절차

1999년
6월

국제전범재판소에 의해 전범으로 기소됨

2000년
10월 5일

유고시민혁명으로 축출됨

2001년
4월 1일

세르비아공화국에서 체포됨

2001년
6월 28일

신병 인도됨

2001년
7월 3일

심리 개시

2001년
8월 2일

인종청소 혐의에 관한 소명서 제출 시한

2002년
7월(?)

심리 마치고 본격 재판 시작

밀로셰비치를 ICTY에 넘기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조란 진지치 세르비아 총리는 “잘못된 과거를 청산하기 위해 밀로셰비치의 ‘인종청소’에 동조했던 다른 전범용의자도 체포해 추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유고 연방에는 밀로셰비치 지지파가 아직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남아 있어 다른 전범용의자를 체포해 ICTY에 넘길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밀로셰비치의 측근으로 유고연방 총리를 맡고 있던 조란 진지치는 지난달 28일 밀로셰비치의 신병이 ICTY로 넘겨진데 항의해 다음날 사임했다.

이어 그가 이끌고 있는 몬테네그로 사회주의인민당(SNP) 소속 각료도 30일 일제히 사임하면서 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 유고 연방대통령이 이끄는 연방연정이 붕괴했다.

탄유그통신은 2일 코슈투니차 대통령이 사태 수습을 위한 새로운 내각 구성에 나섰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베오그라드 시내는 연일 밀로셰비치 지지 시위로 매우 혼란스럽다고 전했다.

stern100@donga.com

▼유고 학살주역 나머지 3인 국제 전범재판소 설 지 주목▼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연방 대통령이 ICTY에 넘겨진 것을 계기로 다른 전범 용의자 처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밀로셰비치 외에 ICTY에 기소된 사람은 38명. 이 중 핵심 용의자는 보스니아공화국내 세르비아계 지도자인 라도반 카라지치와 보좌관인 라트코 믈라디치, 세르비아공화국의 현직 대통령 밀란 밀루티노비치 등 3인.

카라지치와 믈라디치는 밀로셰비치의 최측근. 92∼95년 보스니아와 1999년 코소보에서 벌어진 ‘인종청소’의 책임자였던 이들은 ‘이슬람교도 도살자’란 별명을 갖고 있다. 이들은 95년 7월 보스니아 내전 중 스레브레니차에서 일어난 이슬람교도 7000명 학살사건의 주범으로 알려졌다. 코소보 지역에서는 알바니아계 이슬람교도 74만명이 추방됐으며 수만명이 학살됐다. 두 용의자는 보스니아내 알바니아계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밀란 밀루티노비치 세르비아 대통령도 코소보 학살과 관련돼 기소됐으나 면책특권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밀로셰비치가 헤이그로 전격 인도되자 ICTY측에 자진 출두할 뜻을 밝히며 화해책을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밀로셰비치 신병을 넘기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유고연방 세르비아공화국 조란 진지치 총리는 1일 다른 전범 용의자도 추방할 의향을 밝혀 이들의 신병도 ICTY측에 넘겨질 가능성이 크다. 카를라 덴 폰테 ICTY 수석검사는 “주요 전범 용의자를 끝까지 추격해 모두 법정에 세울 것”이라며 단죄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 유고연방 대통령은 밀로셰비치 지지 세력의 조직적 저항을 우려해 전범 용의자의 신병을 추가로 ICTY에 넘기는데 미온적이다.

stern10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