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김동완(金東完) 총무가 천주교와 불교측의 동의를 얻지 않은 채 이들이 포함된 7개 종단(개신교 불교 천주교 성균관 원불교 천도교 민족종교) 대표 명의로 정부의 언론사 세무조사 결과를 지지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김 총무측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성명서에는 지난달 28일 7대 종단 대표들이 7대 신문사 대표를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다고 했으나 천주교 대표는 참석조차 하지 않았고, 신문사 대표도 7개사가 아닌 3개사(한겨레신문 경향신문 대한매일신보)로 밝혀졌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불교측 대표는 사실상 성명 발표에 반대하는 의견을 냈는데도 묵살됐다.
김 총무측은 천주교와 불교측에 성명서 내용을 팩스로 보내 29일 오후 5시까지 동의 여부를 연락해줄 것을 요청했다지만 양쪽 모두 그 시간까지 답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성명서는 이미 그보다 네 시간이나 일찍 언론사에 배포돼 있었다고 한다.
성명서 내용도 문제다. 성명서는 ‘탈세로 인정돼 세금이 추징된 이상 언론사가 이에 저항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는 세무당국의 조사결과만 발표된 단계다. 탈세로 최종 확인되기까지는 여러 단계의 이의 신청에서부터 법원 판결에 이르기까지 법 절차가 남아 있다. 어느 언론사든 탈세로 인정된 부분에 ‘저항’하겠다고 한 적은 없다. 다만 세무당국의 일방적 발표에 대해 국민과 독자에게 그 문제점을 알리고 나름의 소명을 하는 것일 뿐이다.
더구나 이번 정부의 언론사 세무조사는 비록 조세정의의 명분을 앞세우고 있으나 그 이면에 특히 비판적인 몇몇 신문을 길들이려는 정치적 의도를 숨기고 있다는 강한 의혹을 받고 있다. 국민 여론도 정부의 ‘언론 탄압 기도’를 꿰뚫어보고 있다. 이러한 사안에 대해 KNCC 김동완 총무측이 종교계 전체의 동의를 얻지 못한 성명을 마치 무엇에 쫓기기라도 하듯 서둘러 발표한 것은 그 속셈이 의심받을 만하다.
우리는 과거 군사정권하의 엄혹한 시절에 민주화와 인권운동의 선봉에 섰던 KNCC의 용기와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억한다. 이런 KNCC가 특정인사의 ‘정치적 플레이’탓에 혹시라도 ‘정권의 홍위병’으로 변질된 게 아니냐는 말을 들어서야 되겠는가. 결코 그런 누명을 써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