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1일 레바논 내 시리아군 기지와 요르단강 서안을 공습하고 헤즈볼라도 이에 로켓과 박격포 공격으로 맞서는 등 중동에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진행돼 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평화 정착 노력은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낮 12시경(한국시간 오후 6시경) 전투기 2대를 동원해 베이루트 북동쪽 60㎞지점인 베카평원의 시리아군 레이더기지에 미사일 2기와 로켓탄 10여발을 발사했다.
베카평원은 시리아군 레이더기지를 비롯해 탱크와 방공기지가 있는 군사적인 요충지로 시리아는 1976년 이래 레바논에 3만여명의 병력을 두고 있다.
이스라엘의 이날 공습은 지난달 29일 헤즈볼라가 체바 농장 지대에 있는 이스라엘 군기지에 박격포 공격을 한 것에 대한 보복이다. 체바 농장 지역은 이스라엘이 67년 중동전쟁에서 점령한 골란고원과 레바논 접경지역에 있어 이스라엘군 진지의 철수 문제를 놓고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리아군과 레바논은 공습 직후 피격 지역을 전면 봉쇄했으며 시리아 병사 3명과 레바논 병사 1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헤즈볼라는 즉각 보복 공격에 나섰으며 이스라엘군도 이에 대응해 한동안 치열한 포격전이 계속됐다.
1982년 레바논을 침공해 시리아군을 몰아낸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내 시리아군 기지에 대한 공습을 감행한 것은 올 들어 두 번째인 셈이다.
이스라엘군은 4월에도 국경지대의 이스라엘군을 공격하는 헤즈볼라 게릴라에 대한 보복으로 레바논 중부 산악지대인 다르 알 바이다르에 있는 시리아군 레이더기지를 폭격한 바 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군사 및 경제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시리아의 승인하에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며 비난해 왔다.
이날 공습은 이스라엘에 강한 적대감을 갖고 있는 시리아가 보복 차원에서 무력을 행사할 빌미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강경파의 압력을 받고 있는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두 번씩이나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고도 수수방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마흐무드 하무드 레바논 외무장관은 이날 이스라엘 전투기의 공습과 관련해 “이스라엘군의 침략적 본성을 확인한 것”이라고 비난하며 이스라엘군의 공습 저지를 유엔에 촉구했다.
암르 마무드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전 이집트 외무장관)도 “이번 공습은 중동 평화의 전망에 암운을 드리웠다”고 개탄했다.
한편 이스라엘은 이날 요르단강 서안에서 무장 헬리콥터를 동원해 이슬람 지하드 요원이 탄 차량에 미사일 공격을 가해 모하메드 비차라 등 지하드 핵심 요원 3명이 숨졌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또다른 팔레스타인 과격단체 하마스와도 총격전을 벌여 하마스 요원 2명을 사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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