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 운용 방향’을 살펴보면 대내외적 불안 요인이 겹쳐 있는 한국경제의 우울한 현주소를 알 수 있다.
한때 다소나마 회복 기미를 보이기도 했던 국내 경기는 최근 수출 격감과 세계 경제 침체 장기화 등으로 다시 얼어붙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올해 예산을 대규모로 앞당겨 푼 데 이어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키로 하는 등 쓸 수 있는 정책을 대부분 동원한 상태여서 더 이상 선택할 ‘정책카드’도 마땅찮다는 게 고민이다. ‘경제 살리기’에 대단히 중요한 심리적 요인도 ‘빛’보다 ‘그늘’이 두드러진다.
기관
전망시점
성장률(%)
경상수지 (억달러)
소비자물가(%)
실업률(%)
재경부
7월2일
4∼5
110 이상
4%이내
3%대
KDI
4월19일
4.3
134
4.2
-
한국은행
6월21일
3.8
130
4.4
3.9
산업은행
6월28일
3.8
119
4.1
4.4
금융연구원
6월
4.5
115
4.3
4.1
삼성경제연
5월15일
4.6
133
4.4
4.1
한국경제연
6월18일
4.3
142
4.3
-
IMF
4월
3.5
101
4.3
-
OECD
5월
4.2
130
3.5
4.0
▽하반기 경제 운용 방침의 특징〓하반기에는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정부의 당초 자신감이 수그러들었다. 올해 초 5∼6%선으로 잡았던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4∼5%선으로 1%포인트나 낮아졌다. 미국 경기가 쉽사리 살아나지 않으면 이 수치가 4%선 초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연간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당초 3%선에서 4%선으로 높아졌다.
정부가 올해 거시 경제지표를 수정한 것은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의 향후 전망이 매우 불투명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달라지면서 정부는 이미 재정을 동원한 경기조절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5조555억원의 추경 편성을 통해 통합재정수지 적자폭을 국내총생산(GDP)의 0.1%에서 1.0%로 늘려 잡았다. 돈을 풀고 세금을 깎아 줘 경기를 살려보겠다는 것이다.
특히 수출 부진이 길어질 수도 있다고 보고 하반기에는 내수 진작에 힘을 쏟을 방침이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 신용보증지원과 정보화촉진기금 집행 및 취업 훈련, 주거환경 개선, 재래시장 재개발 지원자금 등을 대폭 풀기로 했다. 또 기업 설비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산업은행 등이 30억달러 규모의 외자유치를 추진중이다.
▽한국 경제가 직면한 고민〓정부는 한국 경제의 회복시기와 폭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는 세계 경제가 얼마나 빨리 회복될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3월 이후 4개월 연속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마이너스를 보인 수출이 당분간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못하는 것도 큰 고민. 권오규(權五奎)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3·4분기에도 예상되는 수출 부진을 내수에서 얼마나 메워주느냐가 관건”이라며 “재정자금을 하반기에 집중해 내수와 투자를 살리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하반기 경제 운용 방향이 ‘상반기와 차별 없는 재탕 정책’이라든가 ‘미국만 쳐다보는 대책 없는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진념(陳稔)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지금은 새로운 정책을 쓸 수도 없고 써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현상황에서 정부에 추가경기부양을 촉구하는 것은 국민경제의 장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문제점과 불안 요인〓경제부처의 정책 선택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경제외적 요인도 곳곳에 널려 있다. 우선 6월 임시국회가 파행으로 치달아 하반기 경제 운용에 더욱 어두운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정부가 기업 투자 활성화와 구조조정 촉진을 위해 내놓은 카드들은 보따리에서 풀려지지도 않은 채 쌓여 있다. 연말 시중 자금난을 피하기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과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제정안, 금융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안 등이 표류하고 있다.
최흥식(崔興植) 금융연구원 부원장은 “실물 부문이 여전히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며 “기업들이 장기자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채권 수요 기반을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언론 장악 음모’ 논란을 낳고 있는 정부와 주요 언론사 사이의 갈등도 경제에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money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