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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포츠]"붓 안나면 시위잡고 마음 가다듬죠"

입력 | 2001-07-03 18:39:00


답답한 실내는 싫고 그렇다고 장마에도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야외 레포츠는 없을까.

이 질문에 박덕기씨(47·여)는 자신있게 국궁을 권한다. 개인전을 열기도 한 화가인 박씨는 1일 오히려 “장마철 폭우가 쏟아지는 속에서 활을 한번 쏴보고 싶다”고 말했다. 국궁은 차양이 처진 사대에서 활을 쏘기 때문에 폭우나 폭설에도 즐길 수 있는 ‘전천후’ 레포츠라는 것. 여기에 푸른 숲속에서 맑은 공기를 맘껏 들어 마시고 새소리까지 들어가며 즐기는 레포츠는 그리 흔지 않다고 덧붙였다.

박씨가 활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해 10월말. 집 근처에 있는 서울 강서구 화곡동 우장산공원에서 산책을 하면서 공원내 국궁장인 ‘공항정’을 본 것이 계기. 푸른 숲 안에서 활을 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 매혹돼 공항정으로 들어 간 박씨는 다음날부터 정식으로 활을 배우기 시작했다.

활을 배운 지 한달이 좀 넘은 12월 첫날 145m 떨어진 표적에 처음으로 화살을 관중시켰다. 국궁에서는 이를 ‘초중’이라 부른다. 그리고 지난달 5일 5발을 쏴 5발 모두를 맞히는 ‘몰기’에 성공했다. 몰기를 해야 진정한 궁사로 대접을 받는다. 이날 몰기‘턱’으로 공항정에 있는 모든 동호인들에게 간단한 저녁을 산 박씨는 “그 때 그 기쁨은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혈액 순환에는 최고죠” 박씨는 국궁의 효과를 이렇게 말했다. 고혈압으로 밤잠을 설친 적이 많았지만 활을 잡은 뒤부터는 혈압에 대한 걱정이 사라졌다는 것.

박씨의 말에 10일전부터 활을 배우기 시작한 이정아씨(34·여)도 맞장구를 쳤다. 이씨는 “지난달 아는 분을 3년만에 우연히 만났는 데 너무 건강한 모습이어서 비결을 물어보니 국궁을 하고 있다는 말을 하더라”며 “나도 그동안 소화가 잘 안되는 등 장이 좋지 않았는 데 얼마 되지는 안았지만 활을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많이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와 이씨는 “활을 쏘기 위해서는 단전에 힘을 모아야 하기 때문에 저절로 단전호흡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온갖 잡념을 떨쳐버리는 집중력을 키울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박씨는 붓이 뜻대로 가지 않을 때마다 공항정에 나와 마음을 가다 듬는다.

ruchi@donga.com

▼ 매달 3만원 정도면 배울수 있어

현재 국내에서 5만여 동호인들이 즐기고 있는 국궁은 도심에서도 쉽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 서울만 하더라도 공항정을 비롯해 시내에 10개의 국궁장이 있다. 전국적으로는 300여개의 국궁장이 있다.

집 부근의 가까운 국궁장을 찾으면 언제든지 배울 수 있으며 국궁장마다 조금씩의 차이는 있지만 한달 배우는 데 드는 비용은 대략 3만원 정도. 또 각 국궁장의 정식 회원이 되려면 10만원정도의 입회비를 내고 매달 3만원정도만 내면 더 이상의 추가 비용없이 언제든지 즐길 수 있다.

특히 공항정 등 일부 국궁장은 조명시설도 있어 야간에도 활을 쏠 수 있다.

표적을 향해 직접 활을 쏠려면 한달정도의 연습기간이 필요하다. 정확한 자세와 호흡법을 배워야만 145m 떨어진 표적까지 화살을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궁도협회(kungdo.sports.or.kr)에 문의하면 가까운 국궁장을 소개받을 수 있다. 02-420-4261.

ru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