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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합니다]공황장애 조모씨 "호흡곤란에 눈앞 깜깜했죠"

입력 | 2001-07-03 18:40:00


“갑자기 온 몸의 근육에서 힘이 쭉 빠지면서 숨쉬기조차 힘들어 ‘이대로 죽는구나’ 싶었어요”.

3일 오후 서울중앙병원 신경정신과 병동. 퇴원을 하루 앞두고 짐을 싸던 조모씨(32)는 “평생 낫지 않는 고질병에 걸린 줄 알았다”며 그동안의 우여곡절을 밝혔다.

이벤트업체를 경영하는 조씨가 몸에 이상을 느낀 것은 한달 전. 당시 모처럼 따낸 큰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밤낮으로 일에 매달리고 있었다. 잦은 회의로 끼니도 거른 채 술과 담배 커피를 입에 달고 살았다. 잠은 새벽에 사우나에 가서 잠시 눈을 붙이는 것으로 대신했다.

보름쯤 지났을까. 갑자기 온 몸이 마비되면서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눈앞이 흐릿해지자 ‘큰일나겠다’는 생각이 들어 119에 연락해 앰블런스를 타고 병원 응급실로 갔다. 혈액 검사와 자기공명영상촬영(MRI) 등 정밀 검사를 받았지만 결과는 ‘정상’.

과로 탓으로 여기고 일주일간 푹 쉬었지만 후유증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웬지 불안하고 식욕도 떨어져 체중이 급격히 줄었다.

다시 인근 병원을 찾아 종합 검진을 받았지만 결과는 역시 ‘이상 무’. ‘허약해진 몸을 추스려야 된다’는 주위 권유로 한약을 먹고 침도 맞으니 조금 나아지는 듯 했다.

그러던 중 마침내 ‘사고’가 터졌다. 친구와 얘기하던 중 갑자기 눈앞이 아득해지면서 호흡이 가빠졌다. 심장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 두근거렸다. 결국 병원에 입원한 조씨는 ‘공황장애’라는 판정을 받았다.

마음을 안정시키는 음악 요법을 비롯해 스트레칭과 마사지 등 운동 요법을 꾸준히 받은 결과 증세가 거의 사라지고 몸도 한결 나아졌다.

“지하철처럼 밀폐된 공간에서는 웬지 불안했고 심한 불면증에 시달렸죠. 때론 마음의 병이 더 심각하다는 사실을 이제 깨달았습니다.”

likeday@donga.com

◇주치의 한마디 "지나친 음주-피로 쌓이면 증세악화"

공황장애를 겪게 되면 뚜렷한 이유없이 갑자기 심한 불안감이 엄습하면서 호흡이 가빠진다.

이 질환은 일종의 정신 장애지만 가슴 통증, 숨막힘, 팔 다리 마비 등의 신체 증상이 함께 나타나 흔히 심장병이나 중풍 등 중병으로 오인하기 쉽다.

조씨의 경우 사업에 지나치게 몰두하면서 생긴 과로 때문에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후 휴식없이 잦은 야근과 함께 지나친 술과 흡연으로 인해 더욱 악화된 것.

실제 공황장애는 술이나 카페인이 든 음료를 지나치게 많이 마시거나 피로가 지속될 때 증세가 더욱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

대개 신체적 증세만으로 심장이나 뇌 질환을 의심해 병원을 찾아가 혈액검사, 심전도검사, 뇌단층 촬영 등을 받지만 이상이 없다는 얘기만 듣게 된다. 환자는 병원에서도 진단이 불가능한 난치병에 걸린 것으로 받아들여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조씨의 경우 유사한 증세가 나타나는 갑상선 및 심장 질환, 간질 등의 가능성을 검사해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이후에 공황장애 판정을 받았다.

치료법은 대개 약물 및 행동 치료를 함께 받는다. 주로 항우울제 계통의 약을 복용하면서 복식 호흡, 요가 등을 통해 스스로 증세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초점.

증세가 나아져 퇴원한 이후에도 3∼6개월 정도 매주 한 차례씩 통원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홍진표(울산대 의대 서울중앙병원 신경정신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