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대여점을 운영하다 보면 극장 흥행과 비디오 흥행이 다른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물론 일반적으로 블록버스터급의 ‘대박’ 영화는 비디오로도 ‘대박’이다. 하지만 간혹 극장 흥행에 실패했다 하더라도 비디오로는 의외로 인기를 끈 영화도 있다.
블록버스터급 영화와 B급 영화의 중간쯤에 위치하는 영화들이 대부분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
2001년 상반기 영화 중에서 몇 가지 예를 든다면 ‘맨 온 더 문’ ‘버팔로 66’ ‘어둠 속의 댄서’ ‘너 어느 별에서 왔니?’ ‘아메리칸 사이코’ ‘어글리 우먼’ ‘더 셀’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런 영화들은 작가주의적 성향, 참신하고 새로운 스토리, 색다른 기획으로 블록버스터에 익숙한 다수의 영화팬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준다.
또 극장에서 볼 수 없는 클래식 명화와 블록버스터 대작들도 꾸준히 대박을 터뜨린다. 물론 액션이나 에로 등 특정 장르의 비디오만 고집하는 사람들을 위한 B급 액션영화와 에로영화는 비디오 대여점의 대표적인 ‘효자 종목’이다.
특히 장 클로드 반담이나 돌프 룬트그렌, 스티븐 시걸, 크리스토퍼 램버트가 나오는 액션영화는 극장 흥행과는 상관없이 비디오로는 ‘대박의 보증수표’ 같은 배우들이다. 보통 블록버스터 대박급 비디오의 대여기간이 한 두 달 정도면 끝나는데 반해 이런 영화는 상당기간 꾸준히 대여되니 비디오 대여점 입장에서는 또 다른 대박급 영화라 할 수 있다.
반대로 극장에서는 어느 정도 흥행에 성공했지만 비디오 대여는 그만큼 기대에 못 미치는 영화도 있다. 대부분의 SF영화가 이에 해당된다. 한국 영화로는 ‘비천무’가 극장흥행과 비디오 흥행이 달랐던 경우다.
전자는 우리나라 국민의 취향문제고, 후자는 입소문으로 알려진 영화의 완성도 측면에서의 평가인 것 같다.
홍콩영화도 예전의 영화(榮華)를 거의 잃어 이제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사라진 것 같다. 주성치, 정이건, 견자단 등이 명맥을 잇고는 있지만 이들의 새 영화도 대여 성적은 과거 주윤발, 성룡, 이연걸 시대에 못 미치니 슬프다.
영화의 계절, 여름이다. 가족과 함께 수박이라도 놓고 비디오 한 편 어떠신지….
김지태(비디오 체인점 ‘영화마을’ 서울 장위2동점 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