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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문세 12개도시 콘서트 전석 매진

입력 | 2001-07-03 18:51:00


◆ "성인음악 시장 끄떡없어요"

1일 울산 KBS홀에서 열린 ‘이문세 독창회’의 콘서트 장.

이문세는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 팬을 무대에 올라오라고 했다.

“결혼 했어∼요?”

“아뇨. 이 나이에 남자 가릴 마음 없는데…”

그러자 이문세는 객석으로 달려가 우연히 참석한 탤런트 이정길을 ‘모셔’ 즉석 미팅을 주선했다. 물론 둘 사이에 색깔 있는 농담도 오가고 객석에서 잇따라 웃음이 터졌다. 이어 단아하게 울려 퍼지는 그의 발라드.

‘이문세 독창회’가 12개 도시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그는 3월부터 전국 순회 공연에 들어가 매 주말마다 부산 대구 창원 광주 대전 천안 인천 등지에서 공연해왔다.

공연 관객은 20대 초반 이상의 성인들로 12개 도시 7만5000여명의 팬들이 갈채를 보냈다. 이처럼 전국 곳곳에서 예외없이 ‘대박’을 터트릴 만한 가수는 ‘god’ 등 10대 취향의 가수를 통틀어 손꼽을 정도다.

이문세 팬들이 방명록에 담은 열기도 10대 팬들 못지 않다.

“문세 오빠! 중학교 3학년 때 오빠 장가가신다구 무지 울었답니다. 그 뒤로 오빠 보겠다고 좇아다녔는데 드디어 스무 여덟 살이 돼 얼굴 보네요.” “태교 음악으로 선택했어요. 혹시 내 아이의 얼굴이 길어지면 책임을 묻겠습니다.”

2년마다 열리는 그의 ‘독창회’는 성인음악 공연 시장의 ‘특급 브랜드’로 통한다. 첫 ‘독창회’는 1998년 말∼1999년 상반기 16개 도시를 순회해 역시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올해 두 번째인 ‘독창회’에서도 7만5000여명의 팬들이 그 ‘브랜드 가치’를 입증시켜줬다.

‘독창회’ 성공의 요인은 그의 독창적 아이디어가 주는 재미에 있다. 뭉클한 감동도 재미와 연계되어야 나올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 아이디어는 그와 기획사의 오랜 고민의 결과다. 그는 공연 기획 때 하루 8시간 넘게 아이디어 회의를 주재한다. 기획사를 비롯한 스탭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이문세의 말이 “회의합시다”다.

이문세는 “매 공연은 다음 공연을 예약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관객들은 나의 현재 인기가 아니라 10년 이상 이문세의 음악을 즐겨왔다는 신뢰감에서 콘서트 장을 찾아온다”고 분석한다. 그는 특히 “공연장은 관객과 고도의 신경전이 펼쳐지는 곳”이라고 말한다. 공연장에서 관객의 시선과 마주치는 순간, 그는 전략적 사고를 시작한다. ‘객석의 에너지를 얼마나 빨리 빨아들일 수 있을까’‘나의 생기를 어떻게 전할까’

“때로는 따라 오지 않고 버티는 관객도 있어요. 이때 그 속내를 알아차리고 음악과 퍼포먼스로 다른 관객과의 교집합을 이루도록 하는 게 공연 성공의 열쇠입니다.”

그러나 그 노하우는 그만의 것이다. 공연기획사 ‘좋은 콘서트’의 최성욱 대표는 “준비된 구성은 물론, 공연 현장의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그의 기지와 순발력을 부러워하는 후배 가수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문세 독창회’의 재미있는 또 하나의 요소.

클래식한 분위기에서 애국가가 나오다가 갑자기 ‘붉은 노을’이나 ‘솔로 예찬’ 등 발라드 노래들이 나올 때는 관객을 10여분 이상 춤추게 유도한다. 또 관객이 발을 동동 구르도록 하는 기묘한 무대 장치와 아기자기한 이벤트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그는 1981년 데뷔한 첫 음반 ‘나는 행복한 사람’ 이래 ‘가로수 그늘아래 서면’ ‘사랑이 지나가면’ ‘그대와 영원히’ ‘시를 위한 시’ 등의 히트곡으로 80년대에 ‘발라드 스타’로 군림했다. 10년 넘게 지난 요즘, 이문세는 음반 판매는 시장 논리에 밀렸으나 공연 시장에서는 이 같이 정상의 폭발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반발자국 앞선 감각을 주장한다. “서정성과 아름다운 사랑의 메시지는 이전과 같지만 음악적 표현은 첨단 감각을 앞서려는 실험성을 지녀야 한다.”

최근 발표한 발라드 ‘기억이란 사랑보다…’도 그중 하나다. 화면을 두 개로 분할해 6분 넘게 중간 장면 전환 없이 계속 이어지는 뮤직비디오(아이디어는 그가 냈다)는 실험성 짙은 걸작으로 꼽힌다.

음악평론가 강헌씨는 “라이브 시장은 긴 세월 음악적 퀄리티를 축적해온 아티스트만이 흥행을 보장받을 수 있다”며 “이문세는 소녀 취향의 발라드에서 성숙한 성인 음악으로 나아가면서 팬들에게 늘 새롭고 말끔한 이미지로 다가선다”고 평가했다.

이문세는 7월 13∼15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이번 순회공연의 앙코르 무대(1588-7890)를 갖는다. 9, 10월 일본 미국 호주 등 해외 공연을 펼친 이후 국내 10여 개 도시에서 ‘제 2회 독창회’의 하반기 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heo@donga.com